묵은 책 독서일기
< 랩 걸 Lab Girl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Hope Jahren)
김희정 옮김
표지 그림.
그린이. 신혜우
참나무겨우살이
water color / 720x550
2014 영국왕립원예협회 최고상 수상작
랩걸. 1일.
휴일이다.
우리 집 태극기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매일 조기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7월 비바람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혹시 다른 집에 피해가 되었을까 노심초사하며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 많은 꽃 잎 같은 아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이후 태극기를 다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올 해로 11주기가 되는 해다. 내게 남은 책임을 다 했을까?
광복 80주년인 오늘.
며칠간 오던 비가 그치고, 국기를 달기에 좋은 맑은 날씨가 되었다.
깃발을 꽁꽁 묶고, 국기봉을 꽉 고정시켜 달았다. 날아가지 않도록..
오랜만에 태극기를 다는 기쁨을 누린다.
의미 있는 오늘은 어떤 책의 독서를 시작할까?
책이 휘어지는 게 싫어 눕혀서 쌓아둔 오래된 책더미. 맨 아래에서 힘들게 책을 꺼낸다.
겉표지 색이 조금 바랬고, 종이가 원래 누르스름한 색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약간 먼지 냄새가 나는 것도 같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책을 편다.
랩 걸 (Lab Girl)은 두어 번 시도하다가 넣어둔 책이다.
이렇게 예쁜 식물이 그려진 책을 왜 그랬던 건지 이유를 한번 알아보기로 한다.
더 많은 것을 만져보고 배우고,
그들의 이름과 용도를 알아갈수록 나는 더 기쁨에 넘쳤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은 내가 세상과 밀접히 관계 맺은 존재라는 느낌을 강하게 만들어갔다.
- 헬렌 캘러 -
랩걸. p. 7
2025년 8월 15일. 광복절 8주년
랩걸. 2일.
연휴를 맞은 집안이 북적거린다.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부모 자식 간의 심리적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된다.
부모는 여린 새순 같은 자식의 먹성과 입성이 걱정되는 법.
자식은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나무 같은 부모에게 때론 어리광을 부리며 의지하고 싶은 법.
‘그것이 부모자식관계이겠지.’
때때로 정말 중요한 것을 잊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단정 짓지만 결국 부모와 자식도 인간관계임을 말이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여 아주 조금씩 읽으니 아직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이 독서를 끝낼 수 있을까?
집에 오면 나는 여전히 엄마와 함께 정원을 가꾸고 책을 읽었지만, 우리가 하고 있지 않은 일이 뭔가 있다는 걸 막연히 감지했다. 우리는 평범한 엄마와 딸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애정 어린 행동들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는데,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엄마와 나는 아마 각자의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아마 한 번도 노골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와 딸로 산다는 것은 뭔지 모를 원인으로 늘 실패로 끝나고 마는 실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랩걸. p.31
랩걸. 3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곰탕 한솥을 끓이고 파도 쫑쫑 썰어두었으니 독서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
흰꽃나도 샤프란이 꽃을 피우지 않고 8월을 지난다. 재작년에 딱 한 번을 피우고 다시 꽃대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무엇이 저 식물을 힘들게 하는 걸까?
몇 장 넘기지 않았지만 호프 자런은 어른이 되었다.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선 궁금증으로 남겨져 있고, 아버지와 돈독한 관계라고 보인 그녀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여성 과학자가 되었다. 독서는 아직도 좀..
씨앗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안다. 대부분의 씨앗은 자라기 시작하기 전 적어도 1년은 기다린다. 체리 씨앗은 아무 문제 없이 100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각각의 씨앗이 정확히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그 씨앗만이 안다. 씨앗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 그 기회를 타고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듯 싹을 틔우려면 그 씨앗이 기다리고 있던 온도와 수분, 빛의 적절한 조합과 다른 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
랩걸. p.50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랩걸. p.52
랩걸. 4일.
더위 탓인지 무기력은 독서에도 영향을 주었다.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을뿐더러 책을 펼치는 것조차 어렵게 생각된다. 비누와 산책을 하고, 저녁 먹거리를 준비해 두었다.
도대체 이 책이 왜 이렇게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오늘 오후는 강제력을 동원해 책을 읽기로 했다. 오랜만의 독서여서인지 기분이 좋긴 하다.
호프 자런이 과학자가 되자 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열거되고 있다. 좋아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이 내겐 흥미롭지 않다. 그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그러던 중 드디어.
공통분모를 좀체 찾기 어렵지만 과학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나만이 아는 결과를 도출해 내었을 때의 기쁨.
새로운 작가, 좋은 글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과 유사할 것 같다.
<랩걸>과 조금씩 친해지는 중이다.
모든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바로 오팔이라는 확실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것이 알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는 오늘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느꼈다.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 순간 나는 서서 그 사실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싸구려 장난감이라도 새것일 때는 빛나 보이듯.
내 첫 과학적 발견도 그렇게 반짝였다.
랩걸. p106
랩걸. 5일.
살아온 동안 가장 덥고 힘든 여름이 밤낮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뾰족뾰족 해진 신경은 조금만 건드려도 상처를 내고 있다. 숨을 천천히 내쉬며 심호흡을 하고 소리에 귀 기울인다.
더위속에서도 매미의 소리가 조금 줄어들었고, 잠자리가 날고 있다. 며칠 사이에 앨범엔 하늘의 구름 사진이 늘어나고 있다. 비누와 산책길에 놀랍게도 낙엽을 떨구는 나무도 발견했다. 가을은 어느새 곁으로 오고 있는 것 같다.
1장 뿌리와 이파리를 다 읽고, 2장 나무와 옹이로 들어간다.
작가는 낙엽에 대해 놀라운 표현을 한다.
앗! 마음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한 그루가 1년 내내 쌓아온 공든 탑을 모두 무너뜨리고 버리는 데에는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 마치 거의 입지도 않은 새 옷을 너무 유행에 떨어져 다시는 못 입을 것처럼 던져버리듯이. 1년에 한 번씩 가진 것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랩걸. p.140
랩걸. 6일.
여름은 이쯤이면 밤이라도 자리를 내어줄 만한데 그렇지 않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의 먹거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 같은 집안일을 부지런히 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나는 점점 지쳐간다. 그저께 담근 김치가 잘 익었으니 약불에 뭉근하고 진하게 미역국을 한 솥 끓였다.
땀이 비 오듯 하지만 살림 일과를 빠르게 마쳤으니 책을 읽기로 한다.
문외한인 내가 과학자의 삶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서 독서가 더디게 진행된다. 어쩌면 이 집안의 반이 과학자인 것이 오히려 부정적 편견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과생들이란..'(마음의 소리)
어쨌든 읽어나가다 보니 의외의 나와 같은 인간적임을 발견한다. 이상한 곳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언젠가 과학 분야의 교수를 만나면 연구 결과가 잘못될까 걱정이 되느냐고 물어보라. 연구가 불가능한 문제를 선택했거나 연구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를 간과했을까 걱정이 되는지 물어보라. 지금도 여전히 찾고 있는 해답이 가지 않은 여러 길에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지 물어보라. 과학 분야의 교수에게 무엇이 가장 걱정인지 물어보라. 길게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면서 한마디로 답할 것이다.
“돈이오.”
랩걸. p.179
랩걸. 7일.
월요일. 휴.. 주말 동안 힘들었다.
부지런히 빨래를 하고, 저녁 식단이 될 김치찌개를 끓였다. 오전인데 습도 80으로 땀이 나는 건지 습기가 달라붙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습기가 아주 전투적이다. 게다가 비가 쏟아졌다가 해가 났다를 반복하는 이상한 날씨 탓에 창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는 도레미를 친 사람 널뛰듯 한다.
그래도 점심준비 부담이 없으니 마음이 여유롭다. 이 식물과학 책의 진도를 꽤 많이 나갔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고난과 식물에 대한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덩굴식물은 임기응변하며 살아가는데 선수다. 흙에 닿으면 뿌리가 되고, 나무에 닿으면 흡착손이 되기도 한다. 내 모습인가 싶다가 선인장을 만나니 또 선인장이 내 모습 같기도 하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 사막은 나쁜 동네와 많은 면이 비슷하다. 거기서 사는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어서 거기서 사는 것이다.
랩걸. p. 203
랩걸. 8일.
하루 사이에 날씨가 달라졌다. 저녁 무렵이 되도록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가능한 것이 꿈일까?
꿈이라면 깨지 않고 싶다.
드디어 물음이 생기며 독서는 마지막으로 달려간다.
호프 자런은 여전히 고군 분투하며 애를 쓰지만 혹독한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학 실험실에서 놀며 과학적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성장한 순탄한 여성과학자였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그녀를 멈추지 못하도록 잡는 것은 무엇일까?
학문적인 호기심과 언제나 함께 같은 환경에 놓여있는 빌의 존재일까?
빌과의 관계는 이성이 아닌 동료일 뿐일까?
우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문을 두드리는 것도 멈추지 않았고, 언젠가 그 문들이 열리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랑과 공부는 한순간도 절대 낭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애틀랜타에 도착했을 때보다 떠날 때 나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랩걸. p. 251
랩걸. 9일.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가을이 실려있다. 선들선들.
오후도 가을일 거라 예측할 수 없으니 부지런히 집안일을 한다.
빨래를 막 끝냈는데 비누가 빨랫거리를 만들었다.
"비누야, 괜찮아. 음, 그럴 수 있어. " 노인이 그렇지.. 아기들이 그렇듯이..
16살이 된 통돌이 세탁기는 씩씩하게 잘도 돌아간다.
또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책을 읽는다.
3장 꽃과 열매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선진이라고 믿는 미국이란 나라에서도 여성과학자가 살아가기란 힘든 일임이 느껴진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일하게 된 자런이 볼티모어로 옮겨간다. 그녀의 랩 메이트인 빌과 함께.
여전히 식물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여러 가지의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고 지루하게 여겨진다. 작가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고 있는 ‘애드의 질량분석계’에 나는 관심이 없는 1톤짜리 기계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코어에 있는 신념과 같은 신념을 가진 동료가 있다는 것과 내가 가본 적 있는 지역으로의 이사는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나 응원하고 있다.
30억 년 동안 진행된 진화 과정에서 출현한 생물들 중 단 한종의 생물만이 이 모든 과정을 뒤집어 지구를 훨씬 덜 푸른 곳으로 만들 능력을 지녔다. 도시화는 식물들이 4억 년 전에 고생 끝에 푸르게 만들었던 곳에서 식물의 흔적을 없애도 땅을 다시 딱딱하고 황폐한 곳으로 되돌리고 있다.
랩걸. p.255
조금 살 것 같은 날씨 때문인지 오후에 들어서도 독서가 계속된다.
호프 자런은 클린트와 꿈같은 결혼을 한다. 자작나무가 가득한 노르웨이에서.
(아, 노르웨이는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을 직면하고, 출산을 한다. 출산과 자식에 대한 마음으로 인해 그녀의 생각과 학문은 한층 더 넓고 깊어진다.
어린 나무는 극도로 힘든 삶을 영위한다. 1년을 살아남은 나무들의 95퍼센트가 그다음 해를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만다. 나무들의 씨는 보통 그다지 멀리까지 퍼져나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단풍나무 새싹은 그 씨를 떨어뜨린 가지가 달려있는 나무 둥치에서 3미터 이하의 거리에서 자라난다. 따라서 어린 단풍나무는 몇 년 동안 성공적으로 주변의 영양분을 모두 싹쓸이해 온 단풍나무의 그늘에서 햇빛을 확보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다 자란 단풍나무가 자손들에게 제공하는 한 가지 믿을만한 부모의 사랑이 있다. 매일 밤 자원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자원인 물을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려 약한 어린 나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중략)
어떤 부모도 자식들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돕는다.
랩걸. p.328 - p.329
랩걸. 10일.
사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다. 살아온 날들이 마치 간밤에 꾼 꿈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무엇이 답일까?
무엇이 공허함을 채워줄까?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날.
이 책을 산 것은 2017년? 2018년?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책을 다 읽기로 한다.
아이와 남편. 가정을 돌본 후 자전거를 타고 밤길을 달려가는 호프 자런.
답은 책 안에서 찾게 된다. 꿈같이 생각되는 이유의 답을 알겠다.
내게 남은 반쪽의 심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전거 헬멧을 쓰고 실험실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나의 심장 다른 쪽 절반을 바치며 나머지 밤 시간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랩걸. p.384
색이 바랜 책을 덮는다.
“나는 나의 심장 반쪽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가?”
2025년 9월 5일.
독서 그 후.
<랩걸>을 구입한 것은 2019년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권하기보다는 딸에 대한 불안한 걱정이 안도가 되며 자신에게 위로가 된 책이라고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의아했다.
호프 자런은 정신적 불안정한 상태를 겪으며 결혼과 출산 그리고 여성으로서 불리한 환경 속에서 하고 싶은 연구에 정진하여 훌륭한 과학적 결과를 이뤄낸다. 언제나 곁에 있던 동료 빌을 만난 행운이 함께 한 것은 참 부러운 부분이었다.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마음은 행복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독서하는 동안 그토록 지루하게 느껴졌던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나무 이야기들이 아주 많은 부분으로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호프자런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마음의 부피와 질량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자식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안도감이 든다. 이제 유시민 작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한 여성 과학자의 자전적 에세이로 문학적 글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러나 글에서 얻어지는 감동이 꼭 문학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아직 쓰이지 않은 심장 반쪽을 어디에 써야 할지 어렴풋하게 그려진다.
문학적도 아니며 전문적이 아니면 어떤가.
어설프지만 마음을 쓰는 것. 그 자체만으로 내 심장을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긴 독서 일기가 되었으니 독서 그 후. 는 짧게 마무리한다.
독서를 시작할 때 기대하지 않았던 꽃이 독서를 마칠 즈음에 피었다.
이 책은 흰꽃나도 샤프란과 같다.
호프 자런 (Hope Jahren). < 랩 걸 Lab Girl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이과생이 아니어도 식물에 대해 무지해도 감동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