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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느낌

돌아온 일상. 어느 날.

아침엔 빵

by 그사이
나는
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

어느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어느날이니까.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


김용택 <어느날>
-울고 돌아온 너에게-


가을 어느날.

뜨거운 여름에 끊어둔 반값의 전시를 보고.

가을 어느날.

지어둔 내 글을 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을 어느날.

지나간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짓고.

가을 어느날.

빨갛고 노랗게 변하는 나뭇잎을 보고.

가을 어느날.

나는 마음이 흔들거렸다.


잼을 발라 먹는 것도 귀찮던 아침빵.

아침빵으로 달걀 프라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좀처럼 움적 거리지 않는 내가 움직이게 만드는 이 가을 어느날.


김용택 시인과 비교할 수 없는 책갈피 속 글귀 “어느날”에 꽂혀 아침부터 또 막 끄적거린 짧은 글. (부끄러움은 제 몫)

아침엔 빵. by. 그사이.

책갈피. 어느날.


“엄마, 가져.”

어느날 큰애가 책갈피를 하나 건네주었다. 뾰족했을 책갈피의 모서리가 동글동글 해진걸 보니 사용한 지 오래된 모양이다. 책갈피의 글귀가 마음에 드니 낡았지만 킵하기로 한다.

요즘 괜히 바빠 읽다가 멈춤 한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꽂아두었다.

오늘은 가만히 앉아 책도 읽고, 글도 좀 써보기로 한다. 며칠 만에 펼친 책에서 다시 만난 책갈피가 독서를 방해하니 글을 쓴다.


나도 참 좋아하고 자주 쓰는 말인데..

어느날.

그렇게 좋은 어느날.


가을이라고 공사다망~^^


모두

고운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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