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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Jan 30. 2022

계절의 증거

계절은 저마다 증거를 갖는다. 싹이 돋아날 무렵은 봄이겠고. 바다가 시원하게 느껴질  즈음이 여름이다. 나뭇잎을 낙엽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을이고  겨울 냄새와 하얀 눈이 내리면 겨울이 온다. 거기에 겨울은 입김, 현관을 나서며 - 불고 입김이 나면 진짜 겨울이구나 생각하곤 했다.


고구마를 먹다가 뜨거웠는지 입김이 났다. 괜히 더 후 불어보며 천천히 먹었다. 모두. 하얀 마크스를 쓰고 입김이 사라진 지 2년째다. 한 겨울에도 길가의 사람들에게 입김이 없는 모습이 꼭 지우개로 지워놓은 것 같다. 유독 빨개진 코끝과 빨갛게 된 두 볼. 종종거리며 호호 입김을 불어 두 손을 비비며 버스를 기다리던 모습. 이제 우리의 손은 주머니만 겨우 의지한다.


내 안에서 후 - 하고 끄집어 낸 입김이 따듯하다. 차가웠던 공기도 들이마시고 후- 내시면 데워져 따듯한 숨이 된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따듯하다. 나의 안은 따듯하다. 이것이 나도 당신도 따듯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된다.


이번 겨울은 마스크 속에서 내쉬었던 숨을 고스란히 마시며 숨을 아꼈다. 속 안에 따듯한 것이 고였을지도 모르겠다. 기대를 갖는다 이 따듯함으로 우리는 무엇을 데울까. 올겨울은 봄을 재촉하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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