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양연화」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을 나이.
어른들은 그렇게 말한다.
“좋을 때다.”
어른들도 학생이었을 때가 있었다.
그들은 그때 알았을까 그때가 좋을 때였다고.
많은 일은 나도 모르게 시작된다.
첸 부인과 차우
두 사람에게 그 시절은 정말 화양연화일까.
아무도 모르게 어쩌다 생겨버린 사랑.
증오하는 사람과 같아지지 않기 위해 그것을 성의껏 외면한다. 이 상황이 그들에게 정말 아름다웠을까.
그러나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들의 상처를 찬란함이라 여긴다. 원래 그렇다. 물론 왕가위 감독의 미친 영상미도 한 몫했다. 그걸 배제하고도 누군가의 상처는 제 3자에게 아프다기보단 찬란하다.
눈물과 고민으로 이루어진 별을 세다 밤을 지새우는 나날들은 퍽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더 이상 울지 않기 위해 또 답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은 마치 물 위에 떠있기 위해 노력하는 수면 아래의 거위의 발버둥과 비슷하다.
하지만 저 멀리서 바라보는 남들은 내가 백조인지 거위인지 잘 모른다. 그러니 그저 열심히 발버둥 치면된다. 그러다 가끔은 물결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가다가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그곳을 향해가기도 하고 다른 곳을 발견하면 다시 그곳을 향해가고 몇 번이고 그렇게 해도 된다.
나의 상처도 누군가에겐 낭만이 되길
오지 않은 화양연화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