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시사(玉流詩社)는 매주 월요일 오전에 인사동 현암서당(玄巖書堂)에서 모여 시회를 하고, 오찬을 함께하며 담화를 즐긴다. 우리 모임이 자주 가는 곳이 갤러리 겸 이태리 음식점인 <담(淡)>이다. 옥호(屋號)를 그 집 여사장의 성함 마지막 글자를 따서 지었단다. 거기서 전시된 그림도 보고 차도 마시며 시화(詩話)를 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지난주에 모여서 옥호와 여사장을 모티브로 하여 시를 짓자고 했다. 금삿갓은 한(漢) 나라의 문인 사마상여(司馬相如)와 탁문군(卓文君)의 고사에 빗대어 재미로 얽어 보았다. 당시 재벌급 부호 탁왕손(卓王孫)의 외동딸 문군이 신혼 초에 과부가 되어 친정에 돌아와 있을 때, 재야에 묻혀 있던 문장가 사마상여와 눈이 맞았다. 친정의 도움 없이 가난한 선비와 사려니, 생활의 방편으로 목로주점을 열어서 술을 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 사랑의 힘이다. 하지만 사내는 이내 한 눈을 팔고, 이를 견제하는 탁문군의 노력이 가상하다. 當壚(당로)는 목로주점을 하는 것이다. 長卿(장경)은 사마상여의 자(字)이다. 忨懆(완조)는 쓸데없이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