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화가이자 사진가인 크리스티안 샤드(Christian Schad)의 화실을 잠깐 훔쳐보자. 그의 두 소녀(Two Girls)라는 작품이 있다. 이제 막 사춘기를 겨우 벗어나서 여성의 신체적 특징이 점차 성숙되어 가는 두 소녀들이 같은 침대에 어울려 있다. 그들은 이제 어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어른이 누리는 자연스러운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나이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거나 대답해 주는 부모들은 드물다. 그러니 한참 심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둘이서 죽이 맞아 스스로 알고자 자위를 한다. 성이란 은밀하면서 신비로운 것인데,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자기만의 탐구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각자 스스로의 방법과 취향에 따라 그 순간만은 둘이 아니라 밀폐된 혼자가 된다.
사춘기의 사내아이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서 떠들썩하게 단체로 자위행위를 하던가 서로의 경험이나 허풍을 늘어놓는 경우는 많다. 사춘기의 소녀들도 그런지는 금삿갓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두 소녀는 그림의 구도 상 둘 다 같은 방향을 쳐다보고 있지만 지금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자위행위를 통해 이미 신비한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을 들어간 이들은 더 이상 친구를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길을 내달린다. 성이란 이렇듯 개인화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확립시킨다. 시작은 친구 사이로 같이 하였지만 이젠 자신만의 특별한 신세계가 있음에 눈을 뜬 것이다. 느낌과 상상이 서로 다르고 어쩌면 영원히 공유할 수 없는 내면의 그 무엇을 본 것이다.
침대에 걸쳐서 앞쪽에 앉은 소녀는 시쓰루의 내의와 장식이 있는 스타킹으로 마치 성숙한 여인의 몸치장을 흉내 내고 있다. 엷어서 속이 들어다 보이는 슈미즈의 한쪽 어깨끈을 과감히 풀어서 곳추선 유두를 드러 내놓고 골똘한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자신을 탐하는데 여념이 없다. 눈동자는 이외로 자위의 희열로 풀어져 있는 모습은 아니다. 아마 점차 고조되는 성감에 나름 무언가 상상력을 동원하느라 눈의 초점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듯하다. 사용하지 않는 한 팔과 양다리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약간 경직되어 있다. 뒤의 친구는 더욱 과감하다. 아예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자신만의 열락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손놀림에 열심이다. 그녀의 눈도 앞의 소녀의 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상하리만치 밝은 눈매로 침대 언저리 근처에 고정되어 있다.
두 소녀 모두 신비하게 느껴지는 성감의 황홀함에 스르르 눈을 감던가 하는 모습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소녀들은 아직 무르익은 성에 눈을 뜬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순수함으로 가득한 사춘기적인 성 그 자체를 표상하고 있다. 작가인 크리스티안 샤드는 전쟁과 사회적 퇴폐에 대한 진저리를 내면서 전후 독일의 부조리를 풍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작품도 기성세대의 성세계로부터 독립된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소녀들의 성세계로 이행을 은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성의 정체성이 변질된 혼탁한 세상의 삭막함이 이들의 순수한 성에 의해 치유될 수 있도록 바라는 것이다. 그러한 희망이 미지의 나만의 세계를 탐하는 두 소녀의 듯 단조로운 얼굴과 또렷한 눈으로 승화된 것은 아닐까? 샤드의 다른 몇 가지 작품으로 한 번 더 훔쳐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