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봄인가 보다. 거뭇거뭇한 먹으로 묘사한 바위 언덕과 약간 회색의 흙 언덕 사이로 평평하게 넓은 공터가 준비되어 있다. 두 언덕 사이의 계곡 입구에는 남녀 간에 질펀하게 한바탕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은유된다. 쌍을 이루는 언덕은 여인의 풍만한 엉덩이를 연상시킨다. 계곡 입구의 양쪽으로 진분홍의 진달래 꽃잎들이 자지러지게 피어 있다. 마치 여인의 두 다리 은밀한 그곳에 무성히 돋아난 수풀을 연상하게 한다. 언덕 사이로 흘러내린 토사들이 계곡의 가운데로 뻗어있어 춘정(春情)이 짙은 오른 몸짓의 두 남녀가 앉아 있다. 이들이 앉은 그 자리는 마치 비단 물결이 흘러 내려가듯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을 준다. 이들 남녀의 은밀한 몸짓을 예상이나 한 듯 하늘이 봄이 예비한 돗자리로 은유하는 듯하다. 단원(檀園)의 자연경관 묘사가 이처럼 음양 결합의 암시직 형태로 표현하여 주제와 부합하도록 하는 역시 대가의 풍모를 알 수 있다. 인간의 결합을 객관화하고, 주변의 자연과 인간의 음양 결합을 한 화면에 병치(倂置)시킴으로써 이 그림은 단순히 남녀의 성적 결합을 유희적으로 표현했다기보다는 음양사상에 기반한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화된 춘화(春畫)이다. 한 폭의 아름다운 정경으로 승화된 이 그림을 보고 음화(淫畫)나 도색물(桃色物)이라고 평가한다면 너무 고지식한 골방 서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