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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春)의 유혹, 봄(春)의 애로서(曖露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은유

by 금삿갓

무르익는 봄인가 보다. 거뭇거뭇한 먹으로 묘사한 바위 언덕과 약간 회색의 흙 언덕 사이로 평평하게 넓은 공터가 준비되어 있다. 두 언덕 사이의 계곡 입구에는 남녀 간에 질펀하게 한바탕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은유된다. 쌍을 이루는 언덕은 여인의 풍만한 엉덩이를 연상시킨다. 계곡 입구의 양쪽으로 진분홍의 진달래 꽃잎들이 자지러지게 피어 있다. 마치 여인의 두 다리 은밀한 그곳에 무성히 돋아난 수풀을 연상하게 한다. 언덕 사이로 흘러내린 토사들이 계곡의 가운데로 뻗어있어 춘정(春情)이 짙은 오른 몸짓의 두 남녀가 앉아 있다. 이들이 앉은 그 자리는 마치 비단 물결이 흘러 내려가듯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을 준다. 이들 남녀의 은밀한 몸짓을 예상이나 한 듯 하늘이 봄이 예비한 돗자리로 은유하는 듯하다. 단원(檀園)의 자연경관 묘사가 이처럼 음양 결합의 암시직 형태로 표현하여 주제와 부합하도록 하는 역시 대가의 풍모를 알 수 있다. 인간의 결합을 객관화하고, 주변의 자연과 인간의 음양 결합을 한 화면에 병치(倂置)시킴으로써 이 그림은 단순히 남녀의 성적 결합을 유희적으로 표현했다기보다는 음양사상에 기반한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화된 춘화(春畫)이다. 한 폭의 아름다운 정경으로 승화된 이 그림을 보고 음화(淫畫)나 도색물(桃色物)이라고 평가한다면 너무 고지식한 골방 서생이 아닐까?

반면에 아래는 매우 과감하다. <사계춘화첩(四季春畫帖)> 중의 하나이다.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곁으로 약간 편편한 반석(盤石)에 걸터앉은 두 남녀다. 주변의 바위와 나무, 풀들의 구도로 보아서 여성의 Y존을 연상하게 하는 묘한 배경이다. 역시 단원은 수준 높은 환쟁이(여기서는 일부러 화가가 아니라 이렇게 표현했다.) 답 게 첫눈에 그림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거사(巨事)를 치르기 위한 준비 단계로 보인다. 언 듯 거사가 끝난 뒤처리 단계로 볼 수도 있으나 전혀 아니다. 질탕한 천상의 유희를 준비하기 위해 여인은 자기 몸을 깨끗이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냇물에 뒷물을 하기 위해 바싹 다가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하지만 마음과 몸이 급한 사내는 그 사이를 참을 수가 없다. 뒷물하는 여인의 가랑이를 지레 더듬는다. 몸을 씻는데 방해가 되자 여인도 남정네의 성화를 달래려는 듯 몸을 돌려 잠시 손으로 위로를 해준다. 정조(正祖)의 총애를 받은 도화서(圖畫署)의 고위 관리가 대범하게 이런 수준의 춘화를 그린 것은 무언가 큰 부탁을 받은 것이다. 상감이야 체통 상으로 말이 안 되지만, 정승 반열의 힘 있는 인사의 은밀한 부탁이 있었을 것이다. 주변 배경이 강렬하면 피사체 즉 주인공이 죽는 법. 단원은 이런 것을 그만의 설채기법(設彩技法)으로 중심에 초점이 모이도록 장치를 한 것이다. 여인의 가체(加髢) 머리의 검은색과 저고리 동정의 분홍색, 소매 끝의 붉은색으로 눈길을 잡아끌어서, 손끝의 남성 귀두(龜頭)로 집중하도록 치밀하게 채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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