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적 행위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예술일까 아니면 외설(포르노그라피)일까? 고대 그리스 제전에서는 외설스런 노래가 불렸고, 폼페이 폐허에서 발견된 벽화 조각이나 인도의 카마수트라 문화는 이런 근원적인 질문 보다 더 현실적으로 인간 생활의 일부로 여겨졌다고 보인다. 오늘 여기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보노라면 애로서(曖露書)가 아니라 로로화(露露畵)이다.
그는 일련의 작품군(作品群)을 <Made in Heaven>으로 포장하여 세상과 소통한다. 그중 한 두 작품을 예로 보자. <Dirty - Jeff on Top>과 <Jeff and Ilona>는 작품의 구도가 비슷하다. 바위처럼 생긴 단상 위에 일로나가 누워있고, 제프는 그녀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아무런 내색 없이 그녀와 함께 성행위에 열중하는 것이다. 언뜻 제프는 오로지 그녀와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여 모든 거추장스러운 관습에서 드디어 해방된 것 같다. 두 작품이 조금 다른 것은 주변의 도구이다. 하나는 황금색 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두 사람의 사랑의 침상을 지키고 있다. 그가 <천사들>이라고 이름 붙인 어린아이들이 그들의 애정 행각을 내려다보지는 않지만 자기들끼리 눈짓을 주고받으면 함께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인간의 원죄(原罪)인 뱀의 황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여 후손을 만들기 위해 성행위를 하고, 그 행위에서 열락을 얻는 근원적인 의식의 표현처럼 보인다.
다른 하나는 바위 침상 위에서 열락의 신음을 참지 못하고 새빨간 입술을 크게 벌려서 토해내는 여인이다. 검정스타킹의 두 다리를 추켜들고 하늘로 날아가는지, 아니면 심연의 나락으로 내려앉는지 모를 표정이다. 모두 소조(塑造)로 빚어낸 실물 크기의 남녀교접 형상이다. 플라스틱에 색을 입혀 실제처럼 보이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제프는 작가 자신이고, 상대는 한 때 그의 부인인 포르노배우 치치올리나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성기가 클로즈업된 사진과 이처럼 성행위를 하는 포즈의 수많은 사진 및 조소작품을 작가의 개인전에 내보였다.
제프는 현실의 미국 사회가 처해 있는 위기를 성을 통해 이야기하고, 그 해법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그의 작품이 포르노그라피로 매도당해도 작품으로서의 가치와 이념은 늘 살아있고, 평가란 늘 변하는 것이기에 인색할 필요가 엇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포르노가 일상 사회에 유해하다고들 말한다. 금삿갓의 애로서(曖露書)도 게시 금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없고 만들 수도 없다.
포르노의 유해성에 대하여 검증에 나선 미국의 ‘존슨위원회’와 영국의 ‘윌리엄스 위원회’ 모두 국가 공식 위원회였는데, 포르노가 유해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위원회의 노력의 결과는 아니지만 제프 쿤스는 이런 유사한 작품을 많이 선 보였다. 제프 자신이 밑에 있고, 일로나라는 여인이 위에 있는 즉 여성상위의 작품도 있다. 과감한 쿤닐링구스 스타일의 행위인 <Jeff Eating Ilona>, 일명 목구멍 깊숙이라는 Deep Throat 스타일의 <Blow Job>, 의자를 집고 있는 여인에게 후배위 자세인 작품 <Position Three> 등 다양하다. 세 번째라면 어디서 부터인지 궁금한데, 입에서 시작하면 세 번째가 어디일지 독자들이 상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