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버스에서 내리자 어두운 밤하늘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필리핀이 지금 우기라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반갑지 않은 환영이다. 마침 숙소의 호스트가 친절하게 택시 기사를 한 명 섭외해서 버스 터미널에 시간 맞추어 보내주니 한결 편하다. 택시도 SUV 차량이라서 여행가방을 싣고도 4명이 타기에 부족함이 없어서 좋다. 기사에게 우리의 가장 심각한 당면 과제는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옛 선조들도 금강산 구경이라도 배가 부른 뒤에 한다고 했으니 민생고 해결이 급선무다. 기사에게 맛있는 한식집으로 우리를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역시 몇 년 전 세부(Cebu)에 어학연수를 6개월 다녀온 송재(松齋)가 통역 역할이다.
<음식 세팅과 실내 모습>
기사가 <Korean Palace(궁전)>가 육류를 무한리필하는 유명하고 맛있는 한식뷔페라고 소개한다. 선택하고 말고도 없이 모두들 그곳으로 직행하자고 했다. 약간 외진 언덕에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힌 매우 큰 고기뷔페 음식점인데, 한국인이 주인이다. 이곳의 날씨가 한국의 가을 날씨라서 실내보다는 야외의 테이블이 운치가 좋다. 나름 분수와 작은 연못들이 갖추어져 있고, 200여 명 이상을 동시에 수용 가능한 크기이다. 위치는 Camp John Hay 골프장 근처에 있다.(38, South Drive, Baguio City, 2600)
이곳은 한국식 고기 뷔페인데, 가성비와 맛이 정말 최고 수준이다. 고기는 삼겹살, 차돌박이, 돼지 양념불고기 등이고, 상추와 로메인 등 푸짐한 야채가 준비되어 있다. 쌀밥과 김밥, 캘리포니아 롤, 각종 튀김, 샐러드, 김치, 오이무침, 나물 등 다양한 반찬들이 잘 세팅되어 있다. 현지인이나 관광객을 위해 촬영용 남녀 한복을 비치하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식재료와 반찬은 다시 채워주니 신선함을 유지한다. 이 집의 캐치 플레이즈가 <Eat all you can!!>이다. 테이블에는 부탄가스버너와 불판이 준비되어 있다. 후식으로 한국의 아이스바가 냉장고에 가득하다. 필리핀 현지 직원들의 교육 상태로 비교적 잘 되어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민들의 방문은 적고, 대부분의 손님이 현지인이다. 바기오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음식점인가 보다. 우리가 이용할 때의 식사비는 1인당 499페소(12,475원)로 정말 저렴하다. 서울에서 삼겹살 120g 1인분이 18,000원이 기본인 걸 감안하면 싸고 품질도 좋다. 한국의 진로 소주도 한 병에 120페소이다.
바기오에 도착하자마자 삼겹살에 참이슬로 회포를 푸니 여기가 바기오인지 서울인지 분간이 안 간다. 든든하고 얼큰하게 기분 좋게 식사를 끝내고 대기하던 택시를 다시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식수와 내일 아침용 라면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자고 하여 시장을 본 후에 숙소에 도착했다. 호스트가 추천해서 그런지 기사도 친절하고 군소리 없이 잘 응해 주었다. 비용이 얼마냐고 하니 500페소란다. 식사 시간 동안 대기한 것을 포함해서 한화(韓貨) 12,500원이라니 너무 저렴하다. 이 글은 이 업소의 협찬을 받아서 쓰는 광고성 글이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