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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04. 2024

9. 바기오의 첫날 라면으로 시작하다

어젯밤에 숙소에 도착하여 방 안에서 느끼는 공기는 습하기가 증기탕 수준이었다. 스마트폰 기후 앱에 나타난 습도가 96%였다. 온도는 16도 정도이고, 침대에는 이불이 있었다. 그런데 이불을 만져보니 축축한 느낌이다. 짐을 줄이려고 겉옷과 내의를 많이 가져오지 않아서 샤워를 하면서 내의를 세탁했다. 지난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익숙해져서 이젠 손빨래의 달인이 된 금삿갓이 양말과 내의 정도 손빨래는 일도 아니다. 빨래걸이가 없어서 세탁한 내의와 양말을 옷걸이에 널어서 거실에 어 두었다. 메인 셰프(Main Chef)로서 아침을 준비하려고 나와서 옷걸이에 걸린 빨래를 만져보니 어젯밤 그대로다. 밤새도록 마른 것이 아니라 도리어 습기 배는 것이다. 벗어놓은 겉옷도 축축하기는 마찬가지다. 옷을 입어서 말리는 방법 밖에 없다. 덜덜거리는 선풍기가 다행히 있어서 이것을 계속 틀어서 말려야겠다.

<숙소의 주방 모습>
<숙소 다용도실>
<숙소 욕실>
<침실 2>
<침실 1>

오늘 아침은 어제 귀가하면서 시장을 보아온 신라면과 김치, 서울에서 가져온 밑반찬을 이용해서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 금삿갓 운사(芸史)가 멸치와 황태를 고추장에 볶아오고, 덕은(德隱)이 소고기 고추장 볶음과 두릅 장아찌와 깻잎 장아찌를 가져왔다. 이 밑반찬을 조금씩 덜어서 우리의 일용할 양식으로 삼아야 한다. 김치는 한국식품 마트에서 수시로 사서 해결하기로 했다. 소운(素雲)도 아침 식사용으로 미숫가루를 두 봉지 가지고 왔다. 그런데 본인은 그것으로 아침을 때운다고 하지만 양반집 후예들이고 경상도 사내들인 송재(松齋)나 덕은은 밥이 있어야 직성이 풀린단다. 그나마 사나이를 울리는 신라면 정도는 감내(堪耐)한단다.

< 안 마르는 빨래>

얘기가 나왔으니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라면>이라는 용어는 원래 중국의 납면(拉麵)이 일본의 개항시기인 1870년대에 요코하마 등 항구에 중국인들이 만들어 팔던 것에서 유래했다. 납(拉) 자(字)의 중국어와 일본어 발음이 라(拉)이다. 그래서 중국어로는 라미엔(拉麵), 일본어는 라멘, 한국어는 라면이다. 그런데 이 라면은 인스턴트식품이 아니고 조리 식품이다. 이것을 인스턴트식품으로 개발한 사람이 대만계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安騰百福 : 중국이름 오백복 吳百福)다. 그는 아내의 튀김요리 기술을 보고 착안하여 라면을 기름에 튀겨서 장기 보관하는 제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라면에 대한 평가를 보면 이렇다. “인스턴트 라면을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사람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그 무엇도 가르쳐줄 필요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

<송재와 덕은의 라면 식사 모습>
<맛있게 라면을 먹는 송재와 덕은>

이렇게 간편한 식품인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단연 중국으로 연간 408억 개, 인도네시아 139억 개, 일본 53억 개, 베트남 43억 개, 미국 40억 개로 상위 순이다. 뒤를 이어 우리나라가 34억 개로 6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1인당 소비량에서는 한국이 연간 소비량 70개로 독보적 1위이다. 라면의 종주국을 한국으로 바꾸어야 한다. 라면 수출량도 단연 한국이다. <식족세평(食足世平)>, <식창위세(食創爲世)> 즉 먹을 것이 풍족하면 세상이 평화롭고, 식품을 창조하는 것이 세상을 위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지 안도 모모후쿠가 라면 제조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아서 우리나라의 라면 제조업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다. 비록 삼양식품이 1963년에 라면 제조 기술을 도입하러 갔을 때는 안도 사장이 도와주지 않았으나, 그의 경쟁사인 묘조(明星)식품이 특허권이 없는 라면 기술을 한국의 삼양식품에 넘겨주어서 우리가 오늘날 바기오에서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신라면 한 봉지의 면발 길이가 얼마나 길까? 농심에 따르면 50m라고 한다.

<눅눅한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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