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있고, 런던에 하이드 파크가 있으며, 파리에 뤽상부르 파크가 있다면 바기오엔 번행공원(Burnham Park)이 있다. 이 공원이 바기오 사람들에게는 그 이상으로 보인다. 번햄공원은 바기오의 도심 중앙에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인 32.84헥타르 크기의 역사적인 공원이다. 공원의 이름은 1905년 이 공원을 설계 디자인한 미국인 건축가 Daniel Hudson Burnham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래서 공원 끝쪽에 그를 기리는 흉상이 설치되어 있다. 큰 공원이라서 몇 개의 큰 구획으로 나누어서 구성되어 있다. 우리들은 거주 첫날을 일단 바기오의 지리도 익히고, 가장 인기 있고 중심이라는 이 공원을 찾아 바기오의 생활을 시작하자고 했다. 지리를 알기 위해서는 두 발로 걷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택시나 지푸니를 타지 않고 공원까지 지도를 보면서 걷기로 했다. 날씨가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원해서 산중 도시의 업다운(UP-down) 도로를 걷는 데도 그리 덥지는 않았다. 다만 불편하다면 도로가 좁고 다니는 차량 특히 휘발유 차량이 아닌 디젤 차량이 대다수라서 시커먼 매연을 토해 내는 것이 고역이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에 다니는 차량은 많아서 정체가 심한 편인데, 정체된 차량들이 일제히 매연을 뿜어내니까 냄새가 아주 심했다. 그런데도 하루에 한 번 또는 두 번씩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지니 전체적으로 공기는 서울보다 훨씬 더 쾌적하다. 차들은 주로 도요다 등 일본산 오래된 SUV가 대종을 이루고, 특히 우리의 시내버스 격인 지푸니의 매연은 대단했다.
우리가 묵는 숙소에서 번햄공원 중심부까지 거리는 1.8Km 정도이고 슬슬 걸으면 25분 정도 걸린다. 공원의 구역이 길게 숲을 이루고 있어서 공원 숲이 시작되는 곳까지는 1Km 정도이다. 숙소에서 메인도로(마르코스 하이웨이)로 나와서 우회전을 하면 내리막 삼거리 지점에 븜크가든(Bghmc Garden)이 있고, 이곳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면 키사드 로드(Kisad Road)에 접하게 된다. 키사드 로드를 따라 공원의 숲을 오른쪽으로 끼고 걸으면 공원에 들어갈 수 있는 사거리가 나오고, 거기에 바기오 시티 도서관이 있다. 바로 맞은편이 번햄 어린이공원이다. 어린이공원도 번햄공원의 일부이다. 어린이를 위한 미끄럼틀이나 시소 등 놀이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어린이공원 옆으로 스케이트 링크(Skating Links)가 있다.
그리고 공원의 중앙에 번햄호수(Burnham Lake)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리배 등 다양한 보트를 대여하여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공원은 구획으로 나누어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호수, 축구장(Melvin Jones Football), 야시장이 열리는 Jaguars, 장미정원, Blooming Fields Garden, Ibaloi Heritage Garden, Orchidarium Society Garden, Athletic Bowl. Bike Park, 양궁장 등 다양하다. 이 공원에 있는 나무들이 특이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솔잎은 우리나라의 소나무잎과 비슷한데 더 길고 큰데 나무의 모양은 전혀 소나무 같지 않았다. 원래 이 공원에 세계의 소나무 종류를 심었으나 대부분 적응을 하지 못하여 죽고 이곳 토종 소나무 종류만 살아 남았단다. 공원 구역에는 오래된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많이 서 있다. 주말에는 바기오 시민들이 몰려와서 정말 붐비는 공원이다. 우리 팀은 공원에서 별로 할 것도 즐길 것도 마땅하지 않아서 한 바퀴 둘러보고 끝냈다. 보트를 타거나 자전거 등 탈 것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같이 탈 여성이 없어서 시들한지, 늙어서 심드렁한지 위락시설에는 모두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