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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07. 2021

도대체 '청소년지도사'가 뭔데?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사람!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사람!

#취업했다고? 무슨 일 하는데? 청소년지도사? 그게 뭔데?


내 직업은 <청소년지도사>다. 청소년 현장에서 13년째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지도사.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게 같은 직업으로 살아오고 있지만 내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회적 인지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명절 때마다 만나는 친척 어른들이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묻는 안부인사는 대게 비슷할 것이다. 특히 그 조카의 성별이 남자라면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며 명절을 보낸다. "공부 잘하고 있냐?", "군대는 언제 가냐?", "취업은?",  "결혼은?". 일 년 열두 달 일절 관심 없다가 으레 얼굴을 보고 자리에 같이 앉았으니 무슨 말이라도 건네어야 할까 싶어 그 어색함을 풀어줄 심산으로 건넨 질문의 수준이 공장에서 찍어 내린 것처럼 어느 집이나 똑같다. 우리 집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나도 이런 질문을 받으며 자랐다. 문제는 질문보다 답에 있다.  


2008년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 뒤 맞이하는 첫 명절, 작은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취업했다고? 무슨 일 하는데?". 직장명을 이야기할 순 있었지만 그것보다 난 내가 가지고 있는 <청소년지도사>라는 직업을 설명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가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여타 다른 직업군이라면 '그래, 열심히 해라.'라는 덕담으로 대화가 마무리될 텐데 내 답이 시원찮았는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일? 그게 뭔데?". "청소년지도사? 대체 그게 뭔데?". 나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던 나였지만 계속된 질문에 내 직업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 "사회복지사 비슷한 직업이에요"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지고 그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에서 빠져나오고 말았다.



#그러게 청소년지도사가 뭐지?


단순한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신입 청지사(청소년지도사)였던 나는 일상으로 돌아온 뒤 가지고 있는 열정을 모두 쏟으며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일'을 했지만 1년에 두 번씩 돌아오는 명절이 반갑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도대체 청소년지도사가 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던 것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청소년지도사는 대체 뭘까?


내 주변에는 내 직업을 아직도 극기훈련장 빨간 모자 조교로 인식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것은 아마도 청소년 단체(보이스카웃, 걸스카웃, 해양소년단, 아람단 등)와 수련회라는 학창 시절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물론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하는 훈육 지도자도 수련회나 극기훈련에서 만나는 조교도 모두 청소년지도사의 한 분야임은 틀림없다. 단, 자연권 수련시설이라 불리는 청소년수련원, 청소년야영장, 유스호스텔에 계신 공간만이 청소년지도사 활동공간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정확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


청소년지도사의 활동범위는 앞서 말한 자연권 수련시설뿐만이 아닌 생활권 수련시설에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시군구마다 설치되도록 권장하고 있는 청소년수련관(청소년센터)과 읍면동마다 설치되도록 권장하고 청소년문화의집의 수가 청소년기본법과 청소년활동진흥법 등의 관계법령과 지방조례 덕분에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청소년활동을 운영하는 청소년지도사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청소년기관의 증가 따라 높아져야 할 청소년지도사의 인지도는 아직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전히 청소년지도사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청소년지도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청소년과 관련된 모든 활동 현장에서 청소년 활동 지원, 청소년 복지 증진,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 볼 수 있으나 이 직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단어의 열거는 명절에 만나는 우리 작은 아버지처럼 바로 이해하기 힘든 말일 것이다.



#청소년지도사가 뭔가요? 선배님!


도대체 청소년지도사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며 같은 일을 하는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한 적 있다. 이 질문에 어떤 선배는 청소년지도사를 '동기부여장이'(동기부여를 통해 청소년을 사회화시키는 사람)라고 말하고 또 어떤 선배는 '청소년 코디네이터'(청소년의 삶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청소년활동을 지원하는 사람), 또 어떤 선배는 '마중물'이라고 답해주기도 했다. 대답을 듣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라는 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결국 이 직업은 청소년이라는 대상이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을 미래의 주역이라 부르는 학생(피교육자)으로 보지 않고 사회의 주역인 - 오늘의 주인공이자 내일의 희망인 청소년 그 자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내가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중요한 가르침이다.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 활동으로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


학교 선생님은 교육을 통해 학생을 만나고 상담사가 내담자를 심리 상담으로 만나듯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활동으로 청소년을 만난다. 청소년이 사회로 나가는데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거나 경험하지 못하는 무수한 것들(문화, 인권, 시민, 환경, 복지, 성, 경제, 참여, 진로 등)을 체득할 수 있는 청소년활동으로 말이다. (참고로 청소년활동은 문화, 교류, 수련활동을 포함한다.)


1993년부터 이 땅에 배출된 청소년지도사 국가자격증 보유자는 2021년 현재 62,335명이다.(출처 : 청소년지도사 종합정보시스템) 자격증 보유가 아닌 실제 청소년 현장에서 근무하는 청소년 지도인력은 그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2,852만 명)로 보면 0.002% 밖에 없는 소수의 직업군이다. 1년에 4천 명 정도 배출되는 자격이고 최근 10년간 35,000명 정도 배출했으니 어찌 보면 처음 언급했던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그 기간 동안 직업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힘든 구조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것을 구조적인 문제로만 돌리고 싶지 않다. 청소년 현장의 목소리가 부족했던 것이고 청소년지도사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사람!


청소년의 성장을 제대로 돕기 위해선 청소년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활동의 활성화를 위해선 청소년지도사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와 인지도 상승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내가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이유도 그 생각과 맞닿아있다.  청소년지도사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난 한 걸음씩 나가갈 것이다. 피하거나 도망가거나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일삼았던 지난날을 반성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난 '도대체 청소년지도사가 뭔데?'라는 물음이 들려오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두 단어로, 그것도 안되면 이해가 될 때까지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함께해보려 한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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