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멈춘 사랑
출발 신호도 없었다.
끝까지 가자는 약속도 없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마음을 실어 보내고
못 본 척 옆에 그 사람만 보았다.
듣는 노래가 울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난밤 드라마를 떠올렸다.
수없이 똑딱이다가 멈춘 시간은 앞으로만 가고
뒤에 남은 그림자는 기다리지 않았다.
계절이 순환할 때 환승도 꿈꾸고
목적지를 바꾸어 서둘러 내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숱한 희망도 꺾고 일탈도 잠재우는
소설보다 에세이처럼 흐르는 물 위에 비춰두고
가라앉는 나뭇잎보다 가볍지 않게
곁을 맴도는 소금쟁이 동그라미 흔적처럼
늘 한결같은 기억으로.
사랑이 멈췄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