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어떻게 잊겠어.

by 봄비가을바람

8월 14일, 휴대폰이 멈췄습니다.

전날 왠지 불안한 것이 전과 달라서 걱정하던 차에 아침 일찍 아픈 얼굴로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하게 흔들리는 화면 속에 후회와 서운함이 뒤섞였습니다.

2년이 지났다는 티를 내는 건지.

대부분 4 ~ 5년을 사용하던 기존 휴대폰보다 좀 더 일찍 안녕을 고했습니다.

사진, 연락처, 파일, 메모 등 하나씩 아깝고 아렸습니다.

그 하나에 추억이 하나하나 지워지는 것 같아 어쩔 줄 몰랐습니다.

화면이 제대로 안 보이니 뭔가 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한 번은 보일 때가 있으니 잠금 풀어서 바로 가지고 오세요."

갑자기 쉬겠다고 난리가 난 휴대폰과 대면한 이들을 많이 봤을 테니 나름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겠지.

하지만 그 한 번의 기회를 이미 써버린 것은 아닐까.

잠시, 한 3분쯤 화면이 보였는데 배터리가 방전되며 다시 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안타까운 것일까.

어쩌면 조금의 귀찮음과 수고가 싫어서는 아닐까.

전화번호는 따로 메모해 놓은 것을 저장하면 되고, 굳이 전화 통화가 아니더라도 연락 수단은 여러 가지이니 바쁠 것이 없고 파일은 다시 다운로드하면 되고, 사진이 좀 아깝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사진은 옮겨 놓았고 원래 사진이나 실물이 있으니 다시 찍으면 되겠습니다,

또 이참에 정리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정말 그러고 보니 잠깐의 수고가 귀찮았다는 생각이 커졌고 휴대폰 설정을 마무리하고 하나씩 새로 휴대폰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8월이 시작되고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8월 14일.

공교롭게도 올해는 14일이 일요일이고 15일이 월요일이었습니다.

고3 여름방학,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일요일도 학교 도서관에서 자율학습을 했습니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내 이름표가 있는 자리에 정시에 앉아있어야 출석체크가 되는 강제성 자율학습이었습니다.

"가방 챙겨서 밖으로 나와라."

평소와 다른 선생님 말씀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부터 생각했습니다.

"어서 병원에 가 봐라."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배웅을 받으며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하던 날이었습니다.

엄마의 교통사고.

여러 차례 수술과 입원, 재활치료를 견디며 5년을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매해 엄마 떠난 날보다 8월 14일을 더 아프게 기억했습니다.

올해도 그랬는데.

혹시 엄마, 잊어버렸을까 봐 그랬나.

매일이 오늘 같은데 어찌 잊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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