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무슨 육아휴직?

전례가 없던 육아휴직 (1)

by 예채파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내가 처음 나에게 ‘육아휴직’이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 내가 했던 첫마디였다.

정말이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단어, 육아휴직. 이 말을 들었던 시기는 2020년 1월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직은 세상에 완벽하게는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였다. 1년 후면 복직을 해야 하는 아내는 앞으로의 육아 그리고 가족의 안녕을 위해 무던히도 고민했던 모양이었다. 처가는 인천, 본가는 서울, 우리는 오산이라는 지역에 살고 있었기에 양가로부터 육아의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의 거처를 옮기거나 부모님들께서 우리지역으로 이사를 오시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육아도움. 그랬기에 아내는 홀로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어중간한마음이었던 것 같다. 국가에서 지원해는 "아이돌봄서비스 제도"를 이용하거나 사설기관에 의뢰해서 아이를 맡기면 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거나, 아니면 아예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 아내의 고민이 참 현명했었다.

그런데 그 고민에 대한 제안에 나는 절대 수긍할 수 없었다.


'내가 육아휴직이라고? 무슨 남자가.. 그리고 내가? 왜?'


대기업은 아니지만 자동차에 반드시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고 수출하는 제법 분야가 탄탄한 회사에서 여러 부서의 멀티역할을 부여 받고, 나름 인정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기에 '휴직'이라던지 '이직'이라던지 등의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았었다. 그러한 나에게 아빠육아휴직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사실 아내도 아주 확고한 생각으로 제안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 번 생각해보라는 어투의 "오빠가 육아휴직을 내보면 어떨까?"도의 제안이었지, "이것 아니면 안되!" 수준의 제안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내의 이러한 '사소한 제안'이 나비효과가 되어 나에게 이렇게 커다란 바위로 날아 오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으로 시간 죽이기를 하던 중, 아내가 제안했던 "아빠육아휴직"을 검색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남녀고용평등법령을 찾아보게 되었고, 한 아이당 1년을 쓸 수 있는 제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홍보물로 나온 아빠육아휴직의 책과 글들을 읽게 되었다.


<육아>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부모라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 받고 얻게 된 가장 중요한 소명이고, 고귀하며,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한 단어라는 생각이 가슴에 꽂혔다.

가만히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오롯이 딸들을 돌보는 하루의 일상을.

그 생각만으로 갑자기 가슴이 벅차 올랐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여느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엄마들 역시 눈치가 보여서 오랜 기간을 사용 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사례를 보면서, '우리 회사에서는 아직 한 차례도, 여자 직원들도 사용하지 않았던 육아휴직인데, 남자인 내가 어떻게 쓸 수 있겠어? 난 사용할 수 없어.'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그렇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휴직에 대한 생각은 일단락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접고 지내던 어느 날, 아이의 눈을 가만히 보게 되었던 날이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 금방이라도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 하나의 계기가 머리 속에 들어왔다.

'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조금씩 조금씩 "육아휴직"에 대한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마음은 '난 사용할 수 없어.'였기에 내 머릿속에서의 혼잡함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매일매일의 불면증으로 조금씩 나를 코너로 몰아가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답답함이 코너에 몰리던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친했던 상사와 업무관련으로 둘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날, 나는 편했던 감정으로 내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육아휴직에 대해서.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었고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기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정도의 하소연으로 그렇게 내 생각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법 젊은 마인드의 상사는 내 기분을 많이 공감해주었다. 그러면서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는 말로 내게 힘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상사로부터 위로를 전달받고는 조금씩 마음이 놓였던 기분이었다.

하지만, 며칠 후 상사에게 전달받은 대표님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절대 불가"였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여성직원들도 단 한차례 사용하지 않았던, 육아휴직에 전례가 없던 회사의 경우였기에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의견이 되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는 "일할 마음이 없는, 좋지 않은 직원"으로 찍히는 계기가 되었다. 괜히 밉보이게 되어버렸고, 모든 업무순간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최악의 계기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그렇게 나는 꽤나 자신감이 넘치면서 여러 부서의 업무를 멀티로 하던 직원에서, 자존감이 무너지고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직원이 되어버렸다.

아빠육아휴직이라는 말을 회사에 내뱉은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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