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드로잉이 싫어요

by PARK ING Jan 25. 2025
아래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조경학을 공부하며 가장 싫어했던 것은 드로잉이었다.


2학년 때 전공 필수 과목으로 조경 드로잉 수업을 들었다. 매주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정물화, 인체, 야외 풍경, 누드모델까지. 매주 과제를 제출했지만, 반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내 그림이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별도로 배울 생각도 없었다. 그 수업도, 교수님도 그냥 싫었다. 결국 학기가 끝나고 매우 낮은 성적을 받았다. 내가 이 전공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드로잉을 못하는 사람’ = ‘창의력이 없는 사람’ = ’조경 전공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그러다 군대를 가게 되었다. 2년 동안, 휴대폰이나 컴퓨터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시간이 많아지자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드로잉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전공을 아예 포기하기 전에 최소한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드로잉은 내게 풀 수 없는 퍼즐처럼 느껴졌었다. 나는 교수님 탓을 하거나, 내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제대로 노력해보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Keys to Drawing이라는 책과 스케치북, 연필을 주문했다.

그 책을 읽으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특히 두 가지 교훈이 기억에 남는다.


첫째, 생각하는 대로 그리지 말고 보이는 대로 그려라. 나는 그동안 눈앞의 사물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그렸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사과를 그릴 때 사과는 둥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둥글게만 그리려 했다. 그 과정에서 계속 자기검열이 들어간다. 하지만 모든 사과가 둥근 건 아니다. 내 앞에 있는 그 못난 사과를 그려야 한다.

당시 그린 친구의 뒷모습

둘째, 드로잉은 도구일 뿐이다. 디자이너에게 드로잉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좋은 드로잉이란 예술적이거나 완벽할 필요가 없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면 된다.

투시도 드로잉

연습이 쌓이면서 드로잉에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편안함’이다. 내 실력이 조금은 나아졌겠지만, 드로잉을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만 향상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 교수님은 고정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학생들을 드로잉을 잘하는 그룹과 못하는 그룹으로 나누는 듯했다. 나는 당연히 후자에 속했다. 하지만 사실, 나 자신도 같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드로잉을 못해. 노력해도 소용없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기술은 노력하면 향상될 수 있다. 드로잉뿐만 아니라, 디자인, 글쓰기, 말하기, 심지어 가르치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이야기를 내 Urban Forest Design 수업에서 드로잉을 두려워한다고 말하는 학생들과 나누기 위해 준비했다. 관심과 끈기가 있다면, 여러분은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라고.

작가의 이전글 불량배에게 돈을 빼았겼다가 되찾은 이야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