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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Jul 11. 2024

접시와 함께  왈츠를

따라라라 라라 라라라라라라라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나는

밥을 먹고 난 뒤 바로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특히나 요즘 날씨는 더더욱 바닥이 날 붙잡아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다.


청소기와 걸레질은 오전 9시 전에는 완료하는데,

그날의 설거지는 그날에  상황 종료가 잘 되지 않는다.

가사 중 가장 어려운 설거지

그때 나에게 힘을 주는 음악이 있다.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나를 일으켜 준다.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고

앞치마를 매고

장갑을 낀다.

그래 식탁에 있는 그릇을 옮겨 싱크대로 가는 거야!

꽃송이 주방비누를

삼베수세미에 묻히는 거야!

하나씩 하나씩 그릇을 닦는 거지!

마무리까지 단 번에 할 수 있어!

내친김에 행주도 과탄산에 담가볼까?


짧게는 5~6번 반복 듣기

길게는 무한반복에 브람스 헝가리 무곡까지

나의 설거지 독려곡이다.


지치고, 주눅 들고 막막할 때

갑갑하고, 서글픔이 찾아올 때는

그림이 나를 일으켜 준다.


기저귀 갈다 그림 한 장

밥 먹다 그림 한 장

설거지하다 말고 책상으로 달려가

그림을 그렸다.

특별할 것 없지만  그림을 그리고

한 줄 두줄 끄적이다 보면

나는 평온해지고  다시 살아난다.


삐뚤빼뚤 손 가는 대로 그리고

여기저기 찢고 붙인다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그릴 수 있다.

언제든지 다시 그릴 수 있다.


망친 그림도 못 그린 그림도 없다.

각자의 고유한 그림만 있을 뿐이다.


좋다.

그래서 그림이

나는 참  좋다.







토닥 한 줄

산다는 것
지금 산다는 것
그것은 짧은 치마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난다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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