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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Jul 09. 2024

늬들이  젓가락을 알아?

"자....... 따라 해 봐"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토요일 11시

초등 둘째 딸은 발레를 간다.

그날도 9시쯤 일어나 뒹글거리다가

10시 넘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집에서 10시 40분엔 나가야 하기에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먹어, 아니면 이제 발레는 그만하고 날도 좋은데 엄마랑 산에 다니자”

“아니야, 난 발레 다닐 거야! 내 꿈을 이룰 거야!"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나는 계속 꿈지럭 거리는 둘째 딸의 머리를 젓가락으로 콩~쳤다.

그러자 엄마가 쇠로 자신의 머리를 쳤다고

딸은 오열했고

나는 콩~쳤는지 콱! 쳤는지 돌이켜 보았다.


그러다가 마침 물 마시러 나온 첫째 딸에게 물었다.

“젓가락 한 짝으로 살짝 쳤는데, 쇠로 때렸다니... 너무 한 거 아니니?”

그러자 첫째 딸은 자신은 뾰족한 젓가락 한 짝이

더 무섭다며 쇠라는 표현이 낫다는 것이다.


이런!

나는 쇠로 딸의 머리를 때린 엄마에서

쇠보다 위험한 젓가락 한 짝으로

머리를 내리친 엄마가 되었다.


그날 오후

남편, 둘째 딸과 셋이 차를 타고 오며

젓가락 사건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남편은 묵묵히 이야기를 다 듣고,

“하.... 아....” 하며 긴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젓가락은... 쇠가 아니라 스테~~ 인 리스라고.... 스텐!"


아뿔쌰.......

그렇다.

남편은 최강 T형 인간이었다.

정확한 사실(팩트 체크)과 논리와 이성적인 판단

아주 징하다.


"어떻게 그걸 몰라!

스테인리스이라고 스테인~~리스 따라 해 봐!

 스!!!!!"


이 인간이  바야흐로 17년 전

내가 그리 공들여 결혼한

내 남편인 것이다.






토닥 한 줄

모든 결혼은 수선한 옷이다
우리는 결혼 생활을 더 좋게 만들 수 없고,
그저 극복해 낸다
                                                                          
                                                   -린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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