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넨 태도가 참 좋아

by 킹오황

국장님이 바뀌었을 때입니다. 상사가 바뀌면 제일 중요한 건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최소 몇 달, 길게는 1년 이상 함께 일해야 하는 상사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앞으로의 제 회사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국장님이 신뢰하게 되면 자잘한 건 믿고 넘어가시기 때문에 일이 빨라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세세한 것도 다 챙기게 되면서 일도 늘어나고 진행되는 속도도 느려지게 됩니다. 처음 이미지가 참 중요합니다.


마침 그때 제가 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새 국장님이 오시자마자 2주 넘게 매일 국장님 방에 들어가 보고하게 되었고, 때로는 한 시간 이상 국장실에서 국장님과 둘이서 회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전까진 식사도 한 번 같이 안 해봤던,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국장님께서 '이제 우리 많이 친해진 것 같다'라고 농담하실 정도로 자주 보았습니다.


이런 게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새 국장님이 오시기 전만 해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항상 일찍 칼퇴하는 사람이었는데, 국장님이 바뀌자마자 국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거기다 국장님께서는 제가 가져온 결과물에 꽤 만족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국장실에서 나갈 때면 저보고 고생한다면서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말씀도 종종 하셨습니다. 전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국장님께서 저를 좋게 보신 것 같아서 나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급한 일들이 끝나고 한숨 돌릴 때쯤 국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태도가 좋은 사람이 있어. 자네는 일을 잘하는지는 내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하는 태도만큼은 참 좋은 것 같아."


"헛, 국장님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게 더 좋은데요."


"하하, 내가 이래서 태도가 좋다고 하는 거야."


저는 갑작스러운 칭찬에 놀라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일을 잘한다는 얘길 못 들어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했던 농담인데 그것마저도 재미있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국에서 제일 고생하는 실무자로 인식하고 계셔서 그런가 제가 어떤 말을 해도 귀엽게 보였나 봅니다.




집에 와서 국장님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저의 어떤 점을 보고 태도가 좋다고 하셨을까. 제 생각엔 일이 많아도 얼굴은 항상 웃고 다녀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거기다 힘들어도 목소리에 짜증을 섞는다거나 한숨을 쉬며 불평한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예전에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엔 힘들 때 말투나 표정에서 그런 게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땐 보고만 있어도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라도 사람들 앞에선 일할 땐 웃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긍정적이려고 했던 것이죠.


긍정적인 태도로 업무를 대하다 보면 적극적이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국장님께서 지금도 좋은데 논리를 조금만 더 보강하자며 사례 조사도 더 하고 부처의 의견도 물어보자고 하셨을 땐, 싫거나 귀찮기보단 오히려 내가 놓친 부분을 국장님이 잘 찾아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왕 하는 거 좀 더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했죠. 마치 마음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요. 이런 태도를 국장님이 좋게 보시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국장님의 칭찬 하나가 사무관을 춤추게 하네요.



사진: 분임 동기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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