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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un 06. 2023

생활이 단순해졌다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난다. 씻고 출근하면 회사엔 7시 반에 도착한다. 8시 50분마다 하는 일정 회의를 준비하다가 8시에 맞춰서 청사 카페에서 커피를 산다. 매일 똑같은 커피를 주문해서 그런지 종업원이 이젠 내가 뭐를 마실 것인지 묻지도 않고 미리 준비한다. 가끔 다른 걸 마시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분이 민망해하실까 봐 매번 같은 걸 시킨다. 요즘은 그 카페도 컵 보증금을 받기 시작해서 텀블러를 써야 하나 고민이 된다.


점심도 웬만해선 약속을 안 잡는다. 대충 구내식당에서 먹고 사무실에 앉아 30분이라도 멍 때리며 쉬는 게 좋아서다. 가끔 직장 동료들과 나가서 먹고 올 때도 있는데, 그럼 오후에 체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사람들 만날 힘도 아껴서 일할 때니깐 조금만 더 이렇게 지내자. ㅠㅠ


평일엔 일이 없으면 8시에 퇴근할 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11시~12시 사이에 집에 온다. 야근해야겠다 싶으면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출근한다. 상쾌한 기분에 일이 잘되는 것도 있고, 밤늦게 집에 오자마자 안 씻고 바로 잘 수 있어서다. 밤에 다시 출근하는 일이 잦아서 그런지 청사 입구의 경비 분들도 내 차를 아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밤이면 청사로 들어오는 검은 차, 오늘도 왔군.



토요일(공휴일 포함)은 가급적이면 출근을 안 하려고 한다. 예전 부서에서는 평소에 야근을 안 하는 대신 아무도 없는 주말에 출근해서 일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출근하지 않는 날이 너무나 절실하다. 그래서 아무리 일이 많더라도 토요일은 출근을 안 하려고 한다. (물론 할 때도 있다 ㅠㅠ)


대신 일요일에는 출근한다. 단 몇 시간이라도 지난주에 한 일과 그 주에 할 일을 미리 정리를 해놔야 월요일에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토-일 다 쉬었던 적이 있었는데, 월요일에 그 지난주에 했던 업무가 기억이 잘 안나 상사 앞에서 많이 버벅거렸고, 결국 제대로 본 게 맞냐며 혼까지 났었다. 직장인들이 농담 삼아하는 말인 월요병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잠깐이라도 출근하는 게 좋다는 것이 나에겐 현실이다.



그래서 나에게 온전한 하루가 주어지는 토요일은 정말 잘 보내야 한다. 어디 멀리 놀러 가는 것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주로 실내에서 책을 보면서 지내고 있다. 최근 주말엔 비도 자주 와서 미세먼지도 없었기 때문에, 근처 카페나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맑은 공기를 느끼며 책을 보는 게 나의 즐거움이었다. (지난 연휴 땐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 선더헤드, 종소리 시리즈를 독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활이 단순해지면서 (주말 한정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쓸 여유가 더 생겼다. 술도 안 마시고, 컴퓨터 게임도 멈췄으며, 주말에 교외로 놀러 가는 일도 줄었다. 또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도 생기게 되어, 뭐라도 쓰고 있다. 다만, 내 아내가 내 모든 글을 검수하기 때문에 비서관 업무를 하면서 힘들다거나 투정 부리는 글들은 발행되지 못하고 작가의 서랍에 잠들어 있다. 내가 퇴직해야지 나올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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