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은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이란 책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지위가 낮을 경우 대체로 일하는 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열심히 노력해서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인정을 받아야 자유가 생기고, 자유가 생길수록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다." 직장에서 몰입을 하려면 상사에게 먼저 인정을 받아야 일을 할 때 자유가 생겨 몰입도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글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지만 그 문구를 보고 제가 일을 좋아했던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가 상사에게 인정받고 제가 주도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돌이켜 보면 그동안 만난 상사들은 저를 신뢰하였고, 그만큼 표현도 적극적으로 해주었습니다.
"사무관이 알아서 하니깐 난 신경 쓸 게 없어 편하네."
"사무관이 맞다면 맞겠지. 그렇게 처리하고, 혹시 위에서 뭐라 하면 말해. 내가 방어해 줄게."
저는 그런 상사의 신뢰 속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주체적으로 자신 있게 할 수 있었고, 꽤 괜찮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상사는 더 저를 믿게 되었고 선순환 관계가 되었죠.
예전에 저도 함께 일하던 주무관님에게 그랬던 적이 있었습니다. 몇 달쯤 같이 일하고 나니 그 주무관님을 전적으로 신뢰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을 했죠. 주무관님 이제 너무 잘하고 계셔서 제가 따로 확인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그 후로 지금까지 주무관님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상사가 함께 일하는 부하 직원에게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믿지도 못하는데 잘한다, 신뢰한다라고 말하라는 건 아니고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런 점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잘하고 있다고 말하라는 것이죠. 그래야 듣는 사람이 길을 잃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하더라도 분명하게 표현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잘하고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말하기 쑥스럽다고 돌려서 말했다가는 당사자가 못 알아챌 수도 있거든요. 그럼 피드백을 안 한 것과 다름없죠. 내가 느끼기에 상사가 나를 신뢰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도 주저하게 되고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일하는 즐거움을 잃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은 상사들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