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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Nov 13. 2023

보고를 잘하는 사람들

지금 이 자리가 바쁘고 어려운 자리이지만, 그만큼 보고 배울 기회도 많다. 그중엔 다른 사람들이 상사에게 보고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어떤 보고가 잘된 보고인지, 어떤 보고가 잘 안 된 보고인지도 알게 되고, 더 나아가선 어떻게 하면 보고가 잘되는지도 감이 오더라.



#1 밝고 긍정적인 태도


보고 내내 밝은 분이 있다. 웃는 표정에 목소리도 하이톤이다. 상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아예 상체를 상사 쪽으로 구부린 채로, 잘 듣고 있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지적 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해 오겠다는 의사도 분명하게 밝힌다. 그렇다고 무조건 yes맨의 모습도 아니다. 필요할 땐 본인의 의견을 내세운다. 다만, 넘치는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인지 상사는 자기와 다른 의견이라 하더라도 좋게 받아들이게 된다.


태도가 좋은 사람은 실력도 있다. 왜냐면 이렇게 밝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려면 그만큼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준비가 잘 안 된 사람은 목소리도 작고 끝을 얼버부리며, 눈도 정면으로 못 마주치고 상사의 시선을 자꾸만 피하려고 하더라.



#2 압도적인 실력


압도적인 지식과 실력으로 보고를 주도하는 분이 있다. 어설픈 실력으론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고 내내 한치의 막힘도 없으며, 외국 사례나 과거 5~60년대 때 자료까지 찾아 제시하니 그 자리에서 쉽게 반박당하지도 않는다. 상사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그 사람 자체만 믿고 결재를 해 줄 정도이다.


그 정도로 인정하는 실력자라 그런지, 어려운 과제가 생기면 상사는 가장 먼저 그분을 찾는다. 언젠가 나에게도 이런 말씀을 하신 적도 있었다. "지금 비서관 자리가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때 실력을 많이 쌓아둬야 나중에 상사들이 너에게 믿고 일을 맡기게 된다." 그때 난 이분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 같았다. (물론 그렇게 일을 많이 받아서 하게 되는 게 꼭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3 빠르고 정확한 보고


보고 자체를 정말 잘하는 분도 있다. 보고를 잘한다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이렇다. 보완 지시한 것에 대해 정확한 답을 빨리 가져오는 것. 그런데 예상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분이 있다. 내용이 복잡하고 많아서 빨라도 내일쯤 보완해서 오시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는데, 당일 오후에 가져오는 것이다. 그것도 부처 확인까지 다 끝내서 완벽하게. 


그런 속도와 정확성 때문인지 보고도 항상 잘 마무리된다. 생각보다 빨리 정확하게 가져왔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다만, 담당 실무자는 보고를 준비하기까지 꽤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밑에서 그렇게 타이트한 경험을 하면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다.



#4 노력한 흔적


어떤 보고는 거기에 많은 땀과 노력의 흔적이 느껴지는 게 있다. 앞에서 말한 유형과 달리 한 번에 완벽하게 뚝딱 하고 끝나는 경우는 많이 없다. 그렇지만 그 보고를 위해 담당자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알아봤는지가 눈에 보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더라.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보고서에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싫은 소리를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내가 바라는 건 압도적인 실력이지만, 아무래도 난 밝고 긍정적인 태도 쪽이 가까운 것 같다. 예전에 어떤 국장님도 나보고 실력은 모르겠지만 태도는 참 좋다고 하셨다. 항상 밝게 웃는 표정, 뭐든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극성. 이런 것들이 내 강점이 아닌가 싶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아는 것도 직장 생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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