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에 분명히 나와 있지만 존재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요소들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온음표'다. 온음표는 4박 동안 소리를 내거나, 한 마디 전체를 소리를 낼 때 쓰이는 음표이다. 하지만 온음표를 만나면 별생각 없이 '길게 누르면 되는' 음표 정도로 생각하고 박자도 세지 않고 누르고 있다가 떼고 싶을 때 뗀다. 나는 레슨 할 때 온음표를 '긴 소리'로만 연습해 오지 않았는지 꼭 체크한다.
4분음표는 온음표를 1/4로 나눈 길이만큼 연주하는 것이니, 온음표는 4분음표의 4배만큼 꼭 연주해 주자. 곡이 끝나는 마디에 온음표에 rit.(리타르단도: 점점 느리게)를 적용하는 것과 그저 누르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임을 생각하고 연주하면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 인생의 법칙에서처럼 연주도 마찬가지로 끝세로줄이 나올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 온음표까지 충실히 연주해 유종의 미를 거두자.
온음표보다 더한 무시를 당하는 친구는 바로 '쉼표'이다. 쉼표는 분명히 '해당 길이만큼 연주하지 않는' 것이 연주방법인데, 연주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취급을 당하기 일쑤니 얼마나 억울한 입장일까?
쉼표를 외면하지 말자. 악기연주에서도, 삶에서도.
무언가를 한다는 것. 일이나 공부, 또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정을 짤 때 '쉬는 시간'을 계획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활동을 안 하는 것이 쉬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악보에서 음표와 쉼표는 동일하게 중요하다. 소리를 내는 것과 내지 않는 것. 모든 것이 음악이다. 음표와 음표사이에 간극이 곧 쉼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음표와 쉼표의 조화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큰소리나 빠르게 음이 배열되는 것이 화려하고 대단한 음악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지속되는 단 하나의 음이거나 아름다운 적막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것을 삶에서도 적용해야 한다. 내가 '무엇인가 하는 것'만이 삶을 채우지 않는다. 얼마큼의 고요와 완전한 정적의 시간을 가지려 신경 쓰지 않는다면 삶은 덜 아름답고, 덜 행복할 것이다.
온음표를 충실히 지켜 연주하자. 완전한 쉼표를 연주하자. 그것이 다른 음들을 더 돋보이게 하고, 또 연주할 힘을 이끌어 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