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모든 걸 훌훌 버리고~~
거실 창밖으로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게다가 제주도라니.
내가 제주도 생활을 시작한 건
서귀포에 신도시가 막 들어설 무렵이었다.
그래서 내가 살던 집 주위로 집도 몇 채 되지 않았고,
집과 집 사이 그 넓은 공간에
봄이면 지천으로 유채꽃이 피어났다.
그 노란 향연에 정신이 아득해지곤 했었는데...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갔던 곳은 오일장이었다.
달리 할 일도 없어서 꼬박꼬박 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장에 가서 뭘 사는 거보다
장으로 향하는 그 길이 좋았다.
그때만 해도 제주도가 개발이 많이 안된 때라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던
드넓은 초원이 주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짙은 녹음. 그걸로 충분했었는데...
유난히 비가 자주 온다는 단점이 있긴 했다.
그 습한 날씨 때문에 두 번 다시 제주도에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비 오는 날은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으니까.
오늘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제주도의 푸른 밤>을 듣다가
또 문득 제주도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제주도 유채꽃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