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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Sep 19. 2024

주희(朱熹) 심성론(心性論)과 수양론(收養論)의 현대성

격물궁리(格物窮理)를 중심으로

주자(朱子, 1130~1200)

서론

  주희(朱熹, 1130~1200)는 주자(朱子)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철학사에서 큰 영향을 차지한다. 철학에 관심이 적은 비전공자이더라도 그의 이름을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주희는 송대 리학의 집대성자이며, 중국 학술사에서 가장 저명한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다(1).

  주희는 ‘심’과 수양에 대해서 현재까지도 영향력있는 논의를 펼쳤다. 따라서 주희가 죽은지 800년이상이 넘었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이 사실로 미루어볼 때, 우리는 아직 주희를 공부해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발제문은 주희의 심성론과 수양론을 살펴보고, 아직까지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현대적으로 어떤 의의를 주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진래의 『송명성리학』, 안재호, 이원준, 송봉구, 김혜수 교수의 논문을 인용하여 2장에서는 주희의 심성론에 대해 알아보고, 3장에서는 주희의 격물(格物)에 대해 알아보고, 4장에서 주희 수양론의 현대적 의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5장에서 결론을 노출하고 6장에서 논자의 주관적 견해를 간명하게 피력해보고자 한다.


2. 주희의 심성론(心性論)

  주희에 의하면, ‘심’은 “허명하기” 때문에 주체가 되고 본체가 된다. 거울로 심을 비유하자면, 어떤 티끌도 없는 상태가 곧 본체의 밝음이고 어떤 영상도 없는 것이 본체의 空虛이다. 이것이 바로 심의 본래 상태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반드시 知가 이르고 意가 참되며 어떤 사적인 것도 없앤 다음에야, 사물의 감촉이 없을 경우 심의 본체는 고요히 움직이지 않는다(2).”고 말했다. 이는 곧 우리가 ‘치지’와 ‘성의’ 공부를 해야만 심의 이런 허명한 상태에 도달,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3). 이는 곧 우리가 ‘치지’와 ‘성의’ 공부를 해야만 심의 이런 허명한 상태에 도달,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심의 허명한 상태는 실제로 주체의 수양 이후에야 드러나는 이상적인 경지이다. 다시 말해서, 의식활동의 주체인 심은 본래 ‘허명한’, 즉 어떤 편벽도 없는 것이지만, 반드시 일정한 수양공부를 통해야만 비로소 그 본래적인 ‘허명’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이와 같은 경지에 도달해야 외부의 사물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응할 때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4).


“성은 오직 理이고, 정은 흘러나와 운용되는 것이다. 심의 지각은 이런 리를 갖추고 이런 정을 행하는 근거이다(5).”


  리(理)인 성(性)은 운동하지 않는 것이므로 직접 정으로 흘러나올 수 없다. 오직 심의 지각을 통해야만 성에서 정으로 표현될 수 있다. 다른 한편, 넓은 의미로 말하자면, 주희의 지각은 단지 지각능력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인 지각, 즉 지각능력의 구체적인 운용(감각, 사유, 심리 활동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자는 “심이란 사람의 지각으로, 몸을 주재하고 사물에 응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6).

  

3. 주희의 격물(格物)

  주희가 대학(大學)의 편차를 재구성한 대학장구(大學章句)는 주자학의 구체적인 학습 목표와 방법, 그리고 교학 구조를 명명덕(明明德)-신민(新民)-지어지선(止於至善)의 삼강령(三綱領)과 격치성정(格致誠正)과 수제치평(修劑治平)의 팔조목(八條目)의 구도로 소개한 문헌인데, 여기서 주자는 팔조목의 시작인 ‘격물’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외부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탐구하는 것[卽物窮理]’이라고 정의하였다(7). 이후 이러한 ‘즉물궁리(卽物窮理)’의 방법론은 주자학의 대표적인 공부방법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반적으로 주자학적 격물 공부에서 그 대상이 되는 ‘사물[物]’은 주로 효제충신 등의 도덕 절목을 가리키나, 동시에 천지초목 등 자연물까지 포함하는 ‘바깥 사물(外物)’까지 포괄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주자 이후 ‘격물’이라는 명제는 외재적 사물을 탐구하는 학문방법론을 규명하는 데 원용되었다. 즉, 동아시아 지성사에 등장하는 소위 과학적 사유와 결부된 ‘격물’ 명제는 외물에 대한 탐구로 ‘격물’을 정의한 주자의 ‘즉물궁리’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8).

  물론 ‘격물’은 주자학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명제가 아니지만 ‘심외무물(心外無物)’에 기초하여 자연물에 대한 ‘즉물궁리’를 부정함으로써 내향적으로 선회한 육왕심학(陸王心學)적 ‘격물’보다는 정주리학(程朱理學)의 그것이 한역서학서에서 확인되는 ‘격물’에 보다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대학장구 팔조목의 구도에 따르면, ‘치지’와 ‘격물’은 도덕수양[誠意․正心․修身]과 그 사회적 확장[齊家․治國․平天下]의 전제이며, ‘격물’은 올바른 지식을 이룩하기 위한[致知] 관건이다. 그리고 ‘격물’이 완전히 이루어져야[物格] 올바른 지적 지평이 확립되고[知至], 이를 바탕으로 도덕수양과 그 사회적 확장이 완성된다. 즉, 대학에서 격물 공부는 개인 도덕수양의 완성과 그 사회적 실천을 이룩하기 위한 전제이자 원동력인 셈이다(9).

  주희의 공부법은 마음을 잘 관찰하여 마음을 깨어있게 한 다음에는 사물의 이치를 궁리(窮理)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공부법이 있었다. 주희가 이 공부법을 강조한 이유는 모든 만물은 자신만의 고유한 이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치를 고민하여 궁구하지 않고, 대충 눈으로 보아 넘겨버리면 실제 삶의 현장에서 만물이 가지고 있는 이치를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희의 거경궁리 수양법은 두 단계에 걸쳐있는 복잡한 이론으로 구성되게 된 것이다(10).

    

4. 주희 수양론의 현대성

  주자학(朱子學)은 우주론과 존재론, 인식론, 정치론, 가치론, 예술론 등 다양한 철학 및 학문 분야로 논의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철학 및 학문 분야는 하나같이 도덕적인 인격 완성과 공동체 구현이라는 도덕실천의 학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11).

  유가의 성인으로 존숭되는 공자(孔子)는 “오늘날의 효는 능히 돌보는 것을 말한다. 개나 말 역시 능히 돌봄이 있는데, 공경하지 않으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12)?”라고 말하고, 또 아성(亞聖)인 맹자(孟子)는 “사람이 금수와 다른 점은 거의 드물다. 보통 사람들은 그것[선한 본성]을 버리고, 군자는 그것[선한 본성]을 보존한다(13).”고 말한다. 이 말들은 바로 인간이 도덕적인 존재로서 인간답게 되는 이유를 밝힌 것이다. 이렇게 공맹(孔孟) 이후로 유학은 인간이 도덕존재라는 것을 학문의 대전제로 삼는다. 유학에서 인간이 도덕존재로 살아가는 것은 곧 도덕인격을 형성하는 공부의 과정을 통해 인간됨을 이루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사명이자 공부의 궁극적 목표이다(14).

  공맹을 계승한 주자 역시 인간이 도덕존재라는 유학의 대전제를 승인하면서(15), 이(理)와 기(氣)의 개념 및 구조로써 그 대전제를 천명하였다. 주자에 의하면 인간은 이와 기가 결합한 존재이다(16).

     

천지 사이에 리(理)가 있고 기(氣)도 있다. 리(理)라는 것은 형이상의 도(道)로서 존재가 생기는 본질이다. 기(氣)라는 것은 형이하의 기(器)로서 존재가 생겨서 갖춰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과 사물이 생겨나면 반드시 리(理)를 부여받아 성(性)이 있으며, 아울러 반드시 기(氣)를 부여받아 형(形)이 있는 것이다. 그 성과 형은 비록 한 몸을 떠나지 않지만, 그 도(道)와 기(器) 사이는 구분이 매우 분명하여 어지러울 수 없다(17).


  위 인용문은 리(理)와 기의 불상리(不相離)와 불상잡(不相雜) 관계를 설명한 내용이지만, 인간을 포함한 사물 존재가 리와 기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자에 의하면, 리는 만물이 존재하는 근원이자 그 본질로서 형이상의 존재 원리이다. 그리고 기는 만물이 존재하여 형체를 갖고 드러나는 형이하의 존재 양태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을 포함한 현실세계의 모든 사물, 즉 기는 존재의 근원인 리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18). 결국 이것은 존재 원리로서 리가 없으면 기 역시 없고, 형체로 드러난 기가 있으면 반드시 그곳에 존재 원리인 리가 성(性)으로서 내재하고 있다는 논리이다. 우리는 형체를 갖고 유행, 변화하는 현실의 기를 통해서 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희의 이러한 주장은 21세기 현재에도 해당되는 주장이며, 여전히 의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결론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주희는 ‘심’과 수양에 대해서 현재까지도 영향력이 큰 논의를 펼쳤다. 주희의 공부법은 마음을 잘 관찰하여 마음을 깨어있게 한 다음에는 사물의 이치를 궁리(窮理)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공부법이 있다고 앞에서 언급헀다. 주희가 이 공부법을 강조한 이유는 모든 만물은 자신만의 고유한 이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치를 고민하여 궁구하지 않고, 대충 눈으로 보아 넘겨버리면 실제 삶의 현장에서 만물이 가지고 있는 이치를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희의 거경궁리 수양법은 두 단계에 걸쳐있는 복잡한 이론으로 구성되게 된 것이라 본다.

  주희의 학문을 주자학(朱子學)이라고 따로 칭할 정도로 그의 학문은 중국 사상사에서 매우 굵직하다. 특히 우주론과 존재론, 인식론, 정치론, 가치론, 예술론 등 다양한 철학 및 학문 분야로 논의된다. 주희의 학문의 최종적 목표는 도덕적인 인격 완성과 공동체 구현이라는 도덕실천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6. 고찰

  주희에 의하면, ‘심’은 “허명하기” 때문에 주체가 되고 본체가 되며, 우리는 ‘치지’와 ‘성의’ 공부를 해야만 심의 이런 허명한 상태에 도달, 유지할 수 있다. 주희의 공부론도 큰 영향력이 있고, 현대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나는 구체적인 공부의 목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희의 철학이 의미있다고 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누군가는 외국어를, 또 다른 누구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공부한다. 그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가 본인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주자학에서 말하듯이 허명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진정한 공부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공부란 스스로 심의 허명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해야한다는 주희의 말은 신자유주의시대의 시작으로 인한 사회의 성과주의화로 인해서 진정한 공부의 의미가 퇴색된 현대사회에 큰 의의를 가지는 것 같다. 주희의 심성론과 수양론 그리고 격물은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닌 실천 혹은 현실을 위한 학문이 필요한 현세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주]

(1) 진래, 안재호 역,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236쪽.

(2) 『大全』51, 答黃子耕7, 25前: 必知至意誠, 無所私係, 然後物之未感, 則此心之體寂然不動, 如鑑之空, 如衡之平.

(3) 안재호, 「철학치료와 주희의 수양론」, 『철학탐구 』 제47집, 2017, 7쪽.

(4) 안재호, 같은 논문, 7~8쪽.

(5) 『大全』55, 答潘謙之1, 1前: 性只是理, 情是流出運用處, 心之知覺卽所以具此理而行此情者也.

(6) 안재호, 「철학치료와 주희의 수양론」, 『철학탐구 』 제47집, 2017, 8~9쪽.

(7) 이원준, 「서학동점(西學東漸)과 주자학적 ‘격물궁리(格物窮理)’ - 『대학장구(大學章句)』와 『서학범(西學凡)』의 ‘격물궁리’ 명제를 중심으로」, 『율곡학연구』 제47권, 2022, 286쪽.

(8) 이원준, 같은 논문, 287쪽.

(9) 이원준,「서학동점(西學東漸)과 주자학적 ‘격물궁리(格物窮理)’ - 『대학장구(大學章句)』와 『서학범(西學凡)』의 ‘격물궁리’ 명제를 중심으로」, 『율곡학연구』 제47권, 2022, 292쪽.

(10) 송봉구, 「주희와 손병희의 심성·수양론 비교연구」, 『동양문화연구 』 제36권, 2022, 84~85쪽.

(11) 김혜수, 「주자의 공부론을 통해 본 인간됨의 의미 고찰」, 『陽明學』 제59호, 2020, 287쪽.

(12) 『論語』, 「爲政」: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13) 『孟子』, 「離婁(下)」: 人之所以異於禽獸者, 幾希, 庶民去之, 君子存之.

(14) 김혜수, 「주자의 공부론을 통해 본 인간됨의 의미 고찰」, 『陽明學』 제59호, 2020, 289쪽.

(15) 『朱子語類』 57卷: 人之異於禽獸, 是‘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16) 김혜수, 「주자의 공부론을 통해 본 인간됨의 의미 고찰」, 『陽明學』 제59호, 2020, 290쪽.

(17) 『晦庵先生朱文公文集』 58卷, 「答黃道夫」: 天地之間, 有理有氣. 理也者, 形而上之道也, 生物之本也. 氣也者, 形而下之器也, 生物之具也. 是以人物之生, 必稟此理, 然後有性, 必稟此氣, 然後有形. 其性其形, 雖不外乎一身, 然其道器之間分際甚明, 不可亂也.

(18) 김혜수, 「주자의 공부론을 통해 본 인간됨의 의미 고찰」, 『陽明學』 제59호, 2020, 290쪽.


[참고문헌]

『論語』

『孟子』

『大全』

『朱子語類』

『晦庵先生朱文公文集』

진래, 안재호 역,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김혜수, 「주자의 공부론을 통해 본 인간됨의 의미 고찰」, 『陽明學』 제59호, 2020.

송봉구, 「주희와 손병희의 심성·수양론 비교연구」, 『동양문화연구 』 제36권, 2022.

안재호, 「철학치료와 주희의 수양론」, 『철학탐구 』 제47집, 2017.

이원준, 「서학동점(西學東漸)과 주자학적 ‘격물궁리(格物窮理)’ - 『대학장구(大學章句)』와 『서학범(西學凡)』의 ‘격물궁리’ 명제를 중심으로」, 『율곡학연구』 제47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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