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카카오뱅크 기획자들의 비밀 노트 '뉴 임팩트 시리즈'
New Impact Series
카카오뱅크의 기획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불편에 과감한 질문을 던지며 금융의 중심에 사용자가 설 수 있게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던져온 질문에 의해 은행과 금융은 달라졌고,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고객 편에 서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기획자의 고민과 도전, 단단한 성장 여정을 엿보는 시간. 뉴 임팩트 시리즈를 통해 상품/서비스 출시 비하인드와 기획자의 일을 확인해 보세요.
Today’s Product
카카오뱅크는 기존 자동이체 서비스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자동이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진행했습니다. 서비스 오픈 후 7년이 쌓인 레거시 시스템을 문제없이 개선하고, '미리 보는 자동이체 예정 내역', 부족한 출금 잔액 '채우기', '자동이체 가져오기' 등 유용한 기능이 추가되어 자동이체 경험을 향상시켰습니다.
Today’s Impact
Old but New
자동이체 개편을 이끈 두 기획자분을 소개합니다.
Joy. 안녕하세요. 8년 차 서비스 기획자 조이입니다. 통신사에서 회원, 인증 서비스를 기획하다가 2022년에 카카오뱅크에 입사해 오픈뱅킹, 자동이체와 같은 '이체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어요. 이체는 돈이 들어있는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데요. 은행에 있어 '기본기' 같은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Brandon. 홈서비스팀 비즈니스 기획자 브랜든입니다. 저는 이체, 전자금융, 국고대리점 등에 대한 비즈니스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2023년에 '세금/공과금 납부 서비스'의 비즈니스 기획을 하면서 납부 서비스 관련 업무도 함께 담당하고 있어요.
오늘은 두 분과 함께 '자동이체 개편' 기획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2017년 카카오뱅크 오픈 이후 최초의 자동이체 서비스 대규모 개편인데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Joy.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고객분들이 보내는 여러 피드백을 받게 돼요. 기획자들은 이런 VOC(Voice of Customer)에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개선 의견이 있으면 디벨롭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곤 한답니다.
자동이체에 보내주신 여러 개선 의견을 살펴보던 중 '실패'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어요. 운영 지표를 확인해 보니 잔액 부족으로 자동이체에 실패하는 케이스가 발견되었고, 이런 실패 경험이 왜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상황이 더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UX리서치팀에 이체 전반이 아닌 자동이체에 포커스를 맞추어 고객의 보이스와 사용성을 알아보는 리서치를 요청드렸습니다.
리서치 결과, 자동이체에 '실패'할까 봐 우려하는 고객은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자동이체는 '자동'으로 이체되는 것이 핵심이기에 고객이 신경을 기울이지 않아도 성공해야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추가적으로 페인 포인트가 실패 경험 말고도 더 있다는 것이 발견되어, 자동이체의 전면적인 경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동이체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작은 기능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체 전반의 경험이 아닌 자동이체에만 집중했던 이유가 있나요?
Brandon. '자동으로 이체된다'는 서비스의 속성만 보면 기능은 단순하고 작아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자동으로 이체되는 대상은 범위가 아주 넓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각종 공과금 납부부터 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 미래를 위한 적금까지 생활 금융에 맞닿아 있는 서비스죠.
또 고객이 자동이체를 등록했다는 것은 '카카오뱅크와 지속적으로 거래하겠다'는 의사 표현이고 일종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해요. 카카오뱅크와 오래도록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해서 좋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 건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이체 서비스를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사뭇 진지해지는데요.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 같아요. 카카오뱅크처럼 성장 중인 회사는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만으로 바쁘잖아요.
Joy. 전에 없던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카카오뱅크의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거래성 업무를 처리할 때 찾게 되는 은행이 되어야 해요. 주거래성 업무를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게 바로 자동이체인데요. 생활비, 고정비와 연계가 되어있기 때문이랍니다. 자동이체를 잘 개편해서 고객분들이 자주 찾게 되는 은행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도 여러 은행의 계좌를 활용하고 있지만 어떤 계좌를 주거래 계좌라고 해야 할지 알쏭달쏭한 마음이 들어요.
Joy. UX 리서치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주거래 계좌'와 '주사용 계좌'를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는 고객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주거래 계좌는 대출 우대금리 등으로 인해 락인되어 있는 계좌라고 생각하는 반면, 주사용 계좌는 빠르게 이체해야 하는 생활비나 식비 같은 곳에 활용하는 거죠. 주사용 계좌는 모바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은행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았고요. 주거래 계좌와 주사용 계좌를 이용하는 고객의 습관은 다르지만, 둘 중 어떤 형태로든 카카오뱅크를 잘 이용하실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보자라는 생각이 컸어요.
Brandon. 제가 처음에 은행(전 직장)에 입사했을 땐 인터넷 은행이 없었고, 모바일뱅킹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어요. 이체를 하는 것도 공인인증서로 인터넷뱅킹에 접속하거나 ATM에 가야만 할 수 있는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요즘은 이체를 자주, 활발히 할 뿐만 아니라 계획적으로 하시더라고요. 은행 이용 형태나 습관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 저희도 그에 맞추어 고객에게 어떤 혜택과 편의를 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것 같아요.
회사 내 UX 리서처분들과 협업하셨던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이번에 개편된 자동이체 서비스를 살펴보면서 '와 이거 진짜 편하다'고 느꼈던 포인트가 많았거든요! 그만큼 고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것 같은데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요?
Joy. 자동이체의 페인 포인트는 이미 접수된 VOC로 충분했어요. 그래서 VOC가 진짜 고객의 니즈가 맞는지 확인하고 VOC를 토대로 마련한 개선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인터뷰는 크게 두 개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요. 첫 파트에서는 참여자분들에게 자동이체를 이용하는 전반적인 흐름도를 그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동이체의 흐름이 시각화되니 왜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등 본인의 사용 패턴을 줄줄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를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일례로 생각보다 고객분들이 이체 종료일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동이체 신청 시 '종료일 지정 안 함'을 기본값으로 제공하는 것이 개편에 반영되었답니다.
두 번째 파트는 자동이체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개선안을 제안하면서 사용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저희가 마련했던 아이디어 중 하나가 자동이체 예정 내역을 캘린더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있었는데, 참여자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 리스트형을 더 선호하시더라고요. 직관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인지하고, 화면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도록 디자이너분들과 다양한 시안을 만들면서 고도화했습니다.
자동이체 개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Joy.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기획인지 제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리서치와 VOC 등을 종합했을 때, 자동이체는 잘 되고 있을 때는 대부분 인지를 못하지만 실패했을 때의 경험이 특히 더 부정적으로 와닿는 서비스더라고요. 그래서 실패 경험을 줄이고 긍정적인 경험은 더 하실 수 있도록 고심했습니다. 또 이미 운영 중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존 서비스와 충돌 없이, 안정적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신경 써야 했고요.
자동이체에 '실패'할 때 부정적인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능이 개선되었나요?
Joy. 실패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개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예방한다'와 '실패를 잘 안내해 준다'요. 저희는 이 두 포인트를 모두 잘해보려고 했습니다. 우선 실패를 예방할 수 있도록 월 기준으로 나가게 될 자동이체 내역을 미리 보여주고(자동이체 예정 내역), 이체 당일에는 예정 알림을 미리 보내서 출금 계좌에 잔액이 부족하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에 더해 자동이체에 실패하더라도 오후에 안내를 한번 더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재도전 기회를 드리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면, 입출금계좌 자동이체에 한해서 즉시이체를 할 수 있는 숏컷 기능을 제공했답니다.
기획자분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투 머치 알림(알림을 너무 많이 보냄)'이면 고객에게 노이즈로 느껴질까 봐 걱정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Joy. 저 역시 같은 고민이 있었기에 UX 리서치 과정에서 질문을 했는데요. '보내주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 이유를 면밀히 살펴보니 자동이체가 연쇄적인 거래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가 월급을 받잖아요. 월급 통장에서 대출금 이자가 나가는 통장, 카드값 통장, 공과금 통장으로 자동이체를 걸어두는데 실패를 하면 미납이 발생하겠죠. 상황에 따라 거래 중지나 신용 점수 하락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고요. 고객분들이 크고 작은 실패감을 마주하지 않도록 미리 막는 게 더 중요하다 판단해 알림을 잘 활용해 보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알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 건당 하나의 알림을 보내지 않고 '묶음 발송'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어요. 또 자동이체 알림만을 On/Off 설정을 하실 수 있도록 별도 알림 선택지로 분리하는 작업도 진행했답니다.
개편 전에도 자동이체 페이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자주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전 자동이체 페이지는 어땠는지, 또 이번 개편 시 UI에 있어 특히 신경을 기울였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Joy. 개편 전 화면은 자동이체 신청내역이 텍스트로만 나열되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어려운 화면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새로이 오픈할 자동이체 페이지는 고객분들이 유용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디테일을 더했어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딱 한 개를 꼽자면 '카테고리 구분'을 소개하고 싶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는 자동이체가 '이체의 종합예술'이라고 느꼈는데요. 지로, CMS, 펌뱅킹, 적금, 오픈뱅킹 등 모든 이체 케이스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에요. 화면에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이체들이 혼잡하게 리스팅 되어 보일 수밖에 없었기에, 고객들은 내가 보고 싶은 자동이체를 빠르게 찾을 수 없는 불편을 겪고 있었답니다.
또 CMS가 뭔지, 지로는 또 뭔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고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15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카테고리에 따라 자동이체를 구분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공과금, 통신비 등 익숙한 단어로 분류되어 있어서 한눈에 보기 편하고, 어떤 영역에 돈이 나가고 있는지 이해하기 쉬워 편리해졌다고 느끼실 거예요.
Brandon. 처음 자동이체를 우리만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반대하고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카테고리로 활용할만한 값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에 이는 곧 '수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거든요. 청구기관 수가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막막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익숙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면 유용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기에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가장 먼저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확인하고 싶을 만한 카테고리 키워드를 도출했어요. 다음은 전체 청구기관 리스트를 뽑아 우리만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확인해야 할 데이터가 2만 2천 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학교'처럼 확실한 기관은 분류하기 쉬웠지만 애매한 업체들은 직접 검색을 통해 사업의 성격을 확인했어요. 개발이 완료된 후 앱에서 카테고리별로 조회되는 화면을 보니 이해하기 훨씬 편해서 작업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개편을 진행하면서 기능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게 있었나요?
Joy. '자동이체' 메뉴에 들어가면 이번 달, 다음 달 자동이체 예정 내역을 볼 수 있어요. 몇일에, 얼마가, 어떤 건으로 이체될 예정인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앞서 말씀드렸듯 자동이체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정 내역을 받아올 수 있는 시점도, 판단하는 기준도 서로 달랐어요. 그렇기에 성격이 다른 이체들의 예상 내역을 어떻게 확인하고 고객에게 안내해야 할지가 큰 고민이었는데요. 우선 정확한 이체 예정 정보를 보여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개발자분들과 머리를 맞대어 함께 방법을 찾았답니다.
또 기존에 있던 기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테이블 구성부터 화면까지 모두 새롭게 만들어야 했고, 개발 중에 예상치 못한 사이드 이펙트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디자이너, 개발자, QA 담당자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제안해 주셨는데요.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서로를 배려하며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존 자동이체를 개선하는 것에 더해, 타행에서 자동이체를 옮겨오는 '자동이체 가져오기' 서비스도 함께 오픈했죠. 어떤 배경에서 준비되었고, 어떤 엣지가 있나요?
Brandon. 다른 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자동이체를 옮기려고 하면 그 과정이 정말 번거로웠어요. 은행이나 청구기관에 연락해 기존 것을 해지하고 카카오뱅크에 새로 등록신청을 하거나, '계좌 통합 관리' 앱을 다운로드해 신청해야 했죠. 여기저기 연락하고 접속할 필요 없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쉽게 자동이체를 옮길 수 있다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개편된 자동이체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Joy. 자동이체 가져오기는 이미 타행에서도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예요. 보통 '자동납부'와 '자동송금'을 가져오는 화면이 분리되어 있는데, 혹시 자동납부와 자동송금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이면을 살펴보면 납부와 송금은 정책 구조가 다르게 되어 있기 때문에 옮겨오는 화면도 분리되어 있는 것이지만, 사실 고객에게는 이 구분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아요. 그래서 카카오뱅크는 두 과업이 설계부터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정리해서, 한 화면에서 자동납부와 송금을 가져올 수 있도록 했어요. 가져오는 로직도 다르고 가져오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상이해 개발하기 까다로웠던 건 사실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송금과 납부가 무슨 차이인지 고민할 시간에 빠르게 자동이체를 가져올 수 있어 편리해진 거죠.
Brandon. 자동이체 가져오기가 '계좌이동제'의 맥락에서 시작되었거든요. 그래서 화면에 들어가면 '계좌'가 먼저 보였어요. 하지만 내가 통신요금을 이체하는 계좌가 어떤 것인지, 공과금 납부 계좌가 무엇인지 계좌번호만으로는 알기 어렵잖아요. 저희는 계좌 먼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건으로 이체되고 있는 건지 직관적으로 보여줘서, 고민 없이 옮겨올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포인트 같아요.
* 계좌이동제: 고객이 거래계좌를 변경할 때 기존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를 신규 계좌로 편리하게 변경해 주는 제도
자동이체를 가져오는 절차가 간단하지만, 그만큼 보이지 않는 뒷단에서는 시스템, 정책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은행/기관과 연계되어 있어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특히 유의했던 점이 있나요?
Joy. 예상하신 대로 너무 많은 기관이 있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데이터가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예외 케이스들은 정책적으로 기준을 잘 잡아서 최대한 깔끔하게 보일 수 있도록 개발자분들과 함께 고민했습니다.
Brandon. 또 자동이체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바로 처리되는 것이 있는 반면 가져오기까지 여러 날이 걸리는 케이스도 존재했어요. 이런 상황을 고객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 안내해야 할 유의사항이 무엇이 있을지 정리하고 잘 전달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때로는 가져오는 중에 이중 납부가 될 수도 있고, 처리가 되기 전인데 이미 옮겨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어서 헷갈리지 않도록 유의했던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 이 기능은 널리 널리 자랑하고 싶다!라는 것이 있을까요?
Joy. 새로운 기능인 '월별 탭'을 잘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월별 탭에는 해당 달에 완료된 자동이체 내역과 예정 내역이 보여지는데요. 한눈에 어떤 게 이체될 예정인지, 완료되었는지 볼 수 있어서 고정비를 관리하기 유용하답니다.
Brandon. 오전에 실패한 자동이체에 대해 고객에게 '00시에 다시 출금하니 잔액을 확인해 주세요'라고 알림을 준 뒤 다시 한번 출금 스케줄을 가져가는 것이요. 대량으로 출금처리 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는 작업임에도 개발자분들이 흔쾌히 반영해 주셔서 자동이체 실패를 줄일 수 있었어요.
서비스 '개편'은 뉴 임팩트 시리즈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에요. 그래서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과 서비스 개편을 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Joy. 신규 오픈과 개편은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 짓는 건물은 용도와 니즈에 맞게 더 많은 상상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반면 리모델링은 기존의 틀 안에서 원하는 바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안정성을 더 고려하게 돼요. 서비스 개편은 운영 중인 서비스에 영향 없이, 또 고객분들이 경험하고 있는 기존 사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오픈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기능 또는 수정된 기능이 기존 자동이체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외 케이스를 고려했고, 변경된 화면에 고객분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가이드와 툴팁 등을 잘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Brandon. 추상적일 수 있지만, 새로 오픈하는 서비스는 '타인의 평가'가 우선한다면 개편하는 서비스는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는 점이 다른 것 같아요. 서비스를 운영해 온 데이터를 확인하며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진단해 보고, 개선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판별해 내는 작업이 더 어렵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카카오뱅크 자동이체 서비스, 이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Joy. 자동이체가 더 똑똑해지지 않을까요? 자동이체 예정 내역이 더 정확해지고, 실패율도 낮아지고요! 생활비, 고정비 등을 더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Brandon. 개편된 자동이체 서비스에는 자동이체 등록 시 종료일을 지정하지 않는 옵션을 기본값으로 변경했어요. 보통 전산상에는 이렇게 끝을 지정하지 않은 날짜를 '9999-12-31'이라고 기록하는데요. 이 데이터를 보면 자동이체는 고객과 카카오뱅크가 맺은 '끝이 없는 약속'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그 약속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이번 자동이체 개편인 것이죠. 자동이체가 고객과의 약속과 깊은 맺어짐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고민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자동이체 개편 기획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기획자로서 새롭게 얻게 된 역량이 있을까요?
Joy. 큰 규모의 개편을 담당하면서 기존 레거시를 고려해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하는지, 또 개발팀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오픈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그 덕에 오너십을 제대로 가져볼 수 있었네요.
Brandon. '되는 방법'을 찾는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앞서 언급된 '예정 알림'은 다양한 자동이체 시스템과 제각각인 정책들 때문에 하나로 엮어 서비스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럼에도 '고객이 편리하도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정책을 다듬어가니 되는 방법이 보였거든요.
이제 인터뷰가 마무리로 향하고 있네요. 카카오뱅크 자동이체 개편 서비스의 임팩트, 하나의 영어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Brandon. 'Old but New'. 그냥 그 수준이면 되는, 오래되고 평범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자동이체 역시 새로울 수 있는 '서비스'임을 우리도, 고객분들도 생각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기획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Joy. 깊이 있는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꼭 금융 서비스를 다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법과 규제, 리스크를 고려하면서 기획하는 게 쉽진 않지만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거든요. 또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도 정말 값지고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자동이체 서비스란?
Joy. 공기같이 티는 안 나지만 없어서는 안 될 너무 중요한 서비스.
Brandon. 개편하려 했을 땐 '망망대해' 같았어요. 7년의 시간이 흐르며 자동이체 종류도 많아졌고 어디까지 건드려야 할지, 영향은 어디까지 미칠지 감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개편을 잘 마무리한 지금은 망망대해가 '잘 조성된 예쁜 호수'처럼 느껴지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