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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May 26. 2022

5)기승전술,세라비!
起承轉酒,C'est la vie!

023/앗싸,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지 머.


023/ 앗싸,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지 머


그 때까지는 나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전혀 없었다. 바이러스가 덜 활성화되었던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슬프게도 내가 일행들에게 활성 바이러스를 뿌렸다. 알칸소에서도 주인장 알렌을 비롯해서 몇몇 손님들이 감염되었다. 우리 일행은, 그들의 가족을 포함한 옷깃을 스친 사람들에게도 바이러스를 전해주었다.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낯을 들고 그들을 대하지 못한다. 와인의 맛을 잊지 못하겠다고, 언제 와인 한 병 나누자고, 차마 말 못하겠다. 내가 원흉이다. 고상한 표현으로 내가 죽일 년이다.


디데이+3일차, 병원에 감금된 채로, 확진자 동무들이 보내준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칵테일 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4명으로 늘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칵테일 바 관계자 1명이 지난달 25일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지난 2일까지 27명, 3일 6명이 추가 확진돼 관련 확진자는 총 34명이다. 이중 서울시 확진자는 32명이다.”


나에게 32명의 명단을 대라며 줄줄이 읊을 것 같다. 그만큼 내 주변의 인물들이 감염확진을 받았다. 서울시민이 아닌 2명도 누구인지 알 듯했다.  


그 중 한명은 세라비2에 같이 갔었던 공무원이다. 나는 그가 공무원인 줄도 서울시민이 아닌 줄도 몰랐는데, 내 전화번호를 어찌 알았는지 자신은 그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사정했다. 자신은 공무원 신분이라 코로나에 걸리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처지를 가상하게 여겨서 보건소 담당 조사관에게 그날 이동하는 택시에 탔던 4명중 1명의 신원은 모르겠다고 했다. 나 말고 누군가가 그의 신원을 이실직고한 모양이다. 


[항체는 바이러스에 감염 된 후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몸 안에 형성되며 회복 혈액 속에 몇 주 이상 또는 아주 오래 머물러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진단검사와 함께 항체검사가 필수적이다. ]  

출처: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디데이+6개월차. 오늘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모임인 ‘코바클럽’의 비밀결사의 날이다. 한강 둔치의 시민 휴식용 오두막에 촛불 모양의 LED 조명을 밝히고 둘러앉았다. 제임스가 진토닉 8잔을 텀블러에 담아왔다. 알루미늄 원통 안에서 얼음이 부딪는 청아한 울림소리가 정말 좋다. 텀블러를 열자 향긋한 레몬향이 달려든다.  

 

여의도 한강야경


나는 회복된 후, 미국의 친지 방문길에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고 왔다. 미국에서 발급한 접종 증서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 증서를 믿지 않는다. 국민에 대한 불신으로 얼마나 국력을 낭비하는 지도 위정자들은 모르는 것 같다.   


제임스를 비롯하여 닥터 진, 미쓰 윤, 그리고 온 가족이 감염되어 가택연금을 당했던 게바라 등등은 백신접종을 미루고 있다. 코로나는 가뿐하게 넘겼지만, 백신접종은 겁이 난단다. 회복된 후에 틈틈이 닥터 진을 통해 피를 뽑아 항체검사를 하는데, 아직은 충분할 만큼 항체레벨의 수치가 높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우리 코바클럽 집단 후유증 없을까요?”

“왜 없겠나. 나는 고열·설사·탈진·흉통· 불면증·환각·오한·방향감이상· 인지기능저하·호흡곤란·근육통· 빈맥·부정맥·구토·만성피로· 두통·기억력저하·후각장애 등이 있어. 단지 독감 후유증보다는 미약해. 한 50년 후에 내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죽는다면 그건 코로나 후유증에 의한 사고라고 질병관리청에 신고해주기 바래. 고열 설사 탈진 흉통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이면 잠시 운전대를 놓치는 실수를 하거나 가속기를 함부로 밟을 수도 있지 않겠어?”


“김 작가, 88살까지만 산다면서 50년 후면 100살도 넘을 텐데. 실없는 소리 그만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지만, 다른 질병을 앓은 후 생기는 후유증보다 특별하거나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어. 하지만 변종 바이러스가 어떤 항체를, 어떤 백신을, 무력화시킬지는 유추 불능이니, 백신을 맞으면 약간의 심적 안정은 찾을 수 있잖아. 그러니 우리 모두 백신들을 맞도록 해요.”


“아항, 후유증 병명이 하나 더 늘었네. 심적 불안정.”

역시 제임스의 진토닉은 맛있다. 횡설수설도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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