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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n 02. 2022

6)기승전술,세라비!
起承轉酒,C'est la vie!

031/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031/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디데이+1일차 

디데이는 칵테일 바 ‘세라비2’의 개업식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에 제임스와 닥터 진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판정을 받아 격리병원에 입원한 날이다.


디데이 다음날인 오늘, 나는 감염확진자와 밀접접촉자였으므로 강제로 PCR 검사를 받았다. 지금 증상은 없지만 내일이면 외수가 없이 확진자 신분증을 받게 되리라. 


구급차가 날 잡으러 오겠지. 만약 그곳에서 죽는다면 어쩐담. 죽든지 살든지 입원할 채비라도 차려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신문이나 인터넷은 연일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숫자와 아울러 죽는 사람의 숫자도 보도하고 있다. 내가 열심히 접속하는 주식관련 사이트는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훨씬 적음을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로 무너진 경제가 곧 회복된다는 희망의 날개를 펼쳐준다. 


한국 영화에도, 서양의 소설에도, 역병이 창궐하여 격리 차단된 도시에 단신으로 침투하여 애인을 구해내는 감동스토리들이 있다. 얼마나 멋진가.   


봉쇄된 도시에서는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올 수 없다. 하늘에서 헬리콥터가 최소한의 생필품을 낙하시킨다. 치료약의 발명은 요원하다 못해 불가능처럼 느껴진다. 도시는 아비규환이다. 죽음의 사자가 너울을 드리우고 죽은 혼들을 건져 올린다. 


내가 전염병으로 죽어간다면, 구해내는 것은 고사하고 마지막 한 번 얼굴이라도 보러올 사람이 있을까. 가족은 올까. 아니 나는 지금 누가 보고 싶은가.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내가 병으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장 맘 아파할 분은 내 엄마이리라. 자주 찾아뵈지도 못했다. 


지난번 병상에 계신 엄마를 찾아갔던 날은 차고 매운 삭풍이 불었다. 하염없이 낙엽이 졌다. 엄마가 사시는 아파트 바로 앞에 서있는 나무는 마치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의 한 장면처럼, 달랑 한 장만 남은 낙엽이 바람에 위태롭게 나부꼈다. 

  

나는 급한 대로 내 머리 고무줄을 풀어 이파리를 나뭇가지에 붙들어 매놓았고, “좀 더 오래 살아라.” 라고 이파리에 대고 말했었다.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가며 뒤돌아보았는데 나뭇잎은 올가미에 목이 걸린 듯 대롱대롱 흔들거렸다. 


그날 울 엄마는 “내 딸, 그리웠다.” 라고 말씀하시면 앙상하게 여윈 손으로 내 손을 쥐셨다.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살가죽이 조금 더 얇아져서 마른 잎처럼 버석거렸다.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삶을 지탱해왔을 손, 울 엄마의 손을 잡았다. 뼈 위로 가죽이 밀려다니는 손, 죽음의 냄새가 나는 손이었다.  눈물이 났다.  




돌아보니 보름 전이었다. 다행이다. 최근에 갔었더라면 병상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엄마까지 코로나가 감염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사흘 후, 그러니까 디데이 -12일 전에는 마놀린을 만났었다. 그가 혼자 지내는 사무실에 갔었다. 층마다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기는 하지만 사무실 내부에는 수도도 화장실도 없다. 그는 그런 구지레한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구석의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모양이다. 


“결과는 내일 나올 건데, 코로나 걸린 것 같아. 죽을 수도 있대.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지. 잘 있어.”

SNS로 소식을 띄웠다. 


“괜찮을 거예요. 제 주위에도 코로나 감염자 있었어요. 증상도 없이 회복되었어요. 별거 아니래요.”


아니, 괜찮을 것이라니. 티브이 에서는 인도에서 코로나로 죽은 사람의 시신을 화장하는 동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가족은 시신이라도 보게 해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나 죽는다니까.”

“돌아가시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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