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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n 14. 2022

7)기승전술,세라비!
起承轉酒,C'est la vie!

032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032/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나 죽는다니까.”

“돌아가시든지요.”


“너, 무슨 말을 그따위로 해, 너야 말로 죽고 싶냐?” 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은 도로 꿀꺽 삼켰다. 


생각해보니 마놀린은 의사이다. 코로나에 대해 그래도 의사가 아닌 사람보다는 깊은 지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의사질은 안하는 의사이다. 그는 정치가가 되고 싶어 한다. 몇 년 전에 시의원에 출마한다고 해서, 내가 정치가는 연설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독서와 작문이 필수라 했더니,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문학서적은 “20세기 미국 문단의 거장이며, 문체의 혁신가였고, 당대의 유행을 주도한 베스트셀러 작가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 한 권뿐”이라고 암기하고 복습한 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삼국지와 수호지를 비롯한 세상에 널려있는 무협소설은 모두 독파했다고 했다. 무협소설의 이름들을 줄줄이 꿰었다. 내가 읽은 ‘영웅문’도 들어있었다. 역사서나 무협소설은 문학서의 범주에 넣지 않는 그의 문학에 대한 지식이, 길지는 않지만 재미로 읽기에는 마지막 장을 덮기가 힘든 ‘바다와 노인’을 독파했다는 사실이 기특해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벗이 되었다. 술벗이 되었다. 


마놀린은 ‘바다와 노인’에서 늙은 어부 산티아고를 따르고 격려하는 벗, 심장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어린 소년의 이름이다. 


쿠바 코히마르마을에 세워져 있는 헤밍웨이 동상


마놀린은 약사와 결혼 했다. 그는 부모님의 성화에 효도의 마음으로 의대를 갔으나, 의사질보다는 딴 짓이 하고 싶었으므로, 과대표도 했지만 낙제인지 휴학을 거쳐 간신히 의사면허증은 손에 쥐었다. 


대학시절 의료봉사단에서 만난 약대생과 결혼했다. 그녀는 봉사단장도 하고, 학생회장에도 출마하는 그가 너무나 늠름해 보여서 그가 성실한 의사도 될 줄 알고 그를 유혹해서 결혼의 창살 안에 가두었다. 


내가 십여 년을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성형외과에서 일한다. 중국에 가서 중국여자들의 눈에 쌍꺼풀도 만들어주고 코도 높이는 수술도 해준다. 나는 그에게 10만 원씩이나 정치 헌금을 해준 적도 있다. 


“나는 의사하고 결혼했다. 의사질을 해서 가족을 부양할 굳은 결심이 섰다면 집으로 들어오고 계속 아수라 정치판에서 놀 작정이면 내 앞에서 사라져라.” 


그의 마누라가 그의 궁둥이를 발로 차서 쫓아내면서 한 말이다. 멋진 여자이다. 그래도 가끔 집에 들르는 남편에게 더운밥도 해주는 모양이다. 


안 멋진 여자에게 마놀린은 장가를 잘 갔다. 그가 하는 짓이 하도 허랑방탕해서 복장이 터진다는 그의 마누라가 역술인 점쟁이를 찾아가서 운세를 물었더니, ‘곧 혼돈의 진흙탕에서 빠져나와 서광이 비치는 땅에 도달할 것이니 준비하라’고 했단다. 점쟁이는 그렇게 되면 자기의 예지능력을 세상에 널리 알려달라고 했단다. 


그와 그의 마누라는 역술인의 예언을 믿는다. 마놀린이 큰일을 할 인물이라고 믿는다. 


“코로나 역학조사관에게 그대하고 만난 사실은 밝히지 않았어. 일주일 전까지의 행적은 자세하게 밝혔어. 신용카드명세서까지도 가져다 바쳤지. 우리는 정확하게 12일 전에 만났잖아. 2주일 전 이동 동선까지도 대라고 다그치는데, 기억 안 난다고 버텼어. 어쩌지?”


“.....”

난감한 표정의 이모티콘이 날아온다.


“어쩌지?”

내가 재차 물었다. 


“살려주세요.”

별의별 이모티콘이 다 있구나.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눈물을 흘리며 손바닥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하는 이모티콘이 떴다.


“알았어. 살려줄게.”

“아이구야, 살았다.”


꽃다발과 폭죽이 팡팡 터지는 동영상 이모티콘하며 대갓집 머슴처럼 생긴 남자가 ‘감사합니다’를 외치면서 절을 꾸벅꾸벅하는 이모티콘으로 핸드폰 화면이 가득 채워진다.


“내가 물귀신처럼 그대까지 끌고 들어가진 않을게. 하지만 숨겼다가 들통이 나면 어쩌지? CCTV는 건물 모양낼라고 벽마다 단 것도 아닐 텐데.”


나는 물귀신을 형상화한 이모티콘이 있는지 찾아보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미리 준비를 못했음이 억울하다. 


“들킬 때 들키더라도 우선은 저는 빼주세요.”

혼자만 빠져나가려는 심보가 괘씸하다. 아주 대단히 몹시 진짜로 개 괘씸하다. 하지만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그를 보호해 주기로 착하게 맘 먹어준다. 큰 인물이 될 사람의 발목을 잡아서야 쓰겠는가. 


나는 복수를 다짐하며 그를 도와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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