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나는 복수를 다짐하며 그를 도와주기로 한다.
“흑역사를 만들지 않도록 알리바이 그림을 잘 맞춰봐. 그리고 메시지로 줘.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를 캐는 조사관들에게는 그곳에 왜 갔었느냐가 중요하지 않아. 내가 누구에게 바이러스가 옮았는지, 누구에게 옮겨주었는지가 중요하지.”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냈던 상황이 공개되면 난감해질 것이다. 점심으로 주문했던 짜장면과 배갈을 배달했던 청년이 우리의 얼굴을 봤을까 잠깐 고민도 해본다.
“그럼 건투를 빌고요. 기도할게요. 회복하고 나오면 우리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해요. 헤헤.”
“ㅎㅎ 그래, 모히또, 몰디브”
역시 유머는 어느 상황에서나 싱그럽다.
https://youtu.be/gTL9_8-NK7c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라는 대사는 영화 ‘내부자’에서 강력한 정치 커넥션에 복수하는 조폭으로 분한 이병헌이 검사로 분한 조승우에게 한 말이다. 모히또는 칵테일의 이름이고, 몰디브는 인도양의 섬나라 이름이다. 따라서 “몰디브에 가서 모히또나 한잔할까?”가 바른 표현이다.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를 마신다는 설정은 작가가 심은 유머 코드이다.
모히또는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쿠바 아바나에 머물면서 즐겨 마셨던 술이다. 헤밍웨이는 미국 본토에서 금주법이 시행됐을 때는 미국의 신식민지 쿠바에서 양껏 술을 마셨다한다. 알코올에 중독된 미국인 마초 소설가에게 쿠바는 천국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모히또라는 이름은 ‘마법의 부적’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인 ‘Mojo’ 에서 유래했다.
헤밍웨이가 즐겨갔다는 코히마르카페
"유서도 써두었지만, 죽지 않는다면 꼭 가자. 약속 깨지마.”
“힘들면 마법의 부적 모히또를 떠올리며 코로나를 이겨내세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지인 쿠바 포구마을에 가요. 꼬히마르 카페에서 멕시코만의 바다를 바라보며 모히또 건배해요.”
핸드폰 화면에 모히또 이미지가 떴다. 가니쉬로 띄운 민트잎의 화한 향기가 끼친다.
야호, 모히또, 나는 환호한다. 눈으로 즐기는 바다를 닮은 술, 모히또다. 모히또는 알코올도수 40도 내외의 럼피즈에 민트를 첨가한 하이볼이다. 라임과 민트의 산뜻한 초록색이 돋보여 시각적으로도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유리컵 안의 투명한 얼음들에 갇힌 상큼한 민트의 푸른 이파리, 그리고 향긋한 라임의 이미지만으로 입안에 추읍 침이 고인다. 달달함과 동시에 새콤한 맛이 나고 어딘지 씁쓸한 럼의 맛이 뒤따른다. 나름 입체적이고 환상적이기 까지 한 맛이다.
헤밍웨이가 즐겨마셨다는 모히또
모히또는 라임과 메이플시럽 애플민트 탄산수만으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라 무알코올 모히또나 알코올도수 15%의 모히또가 완제품으로 시판되기도 한다.
‘새콤달콤함에 취해 홀짝홀짝 들이키다가 일어서는 순간 휘청 무릎이 꺾였다’는 어느 여성이 쓴 모히또 시음기를 읽는다.
내가 쿠바의 바닷가 칵테일바에서 모히또를 마시고 일어서다가 휘청 무릎이 꺾여 쓰러지는데 곁에 있던 마놀린이 부축하는 상상을 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멋지게 그의 품으로 쓰러질 수 있을까 실전연습도 한다.
하지만 순간 마놀린과 쿠바의 포구마을이나 몰디브로의 여행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자각한다.
슬프다. 아니다. 발전하는 과학은 메타버스 세상 안에서 우리에게 실제와 다름이 없다고 착각하는 진한 경험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상상의 장면위로 내가 구급차에 실려 가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숨이 차서 헉헉 거리다가 죽어가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포옥,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저는 야간 당직 알바가야해요. 그럼 잘 다녀오시고요.”
그는 핸드폰 화면에서 마저 사라졌다. 허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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