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앗싸,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지 머
요즈음 ‘코로나 조심’을 홍보하기 위하여, 코로나를 소재로 작품을 써달라는 청탁이 제법 들어온다. 원고료도 두 배로 준다고도 한다.
그래서 일까. 선배 작가가, 외국여행에서 코로나에 무증상으로 감염된 채로 귀국하던 남자가 공항에서 바로 병원으로 격리되고 부인과 만나지도 못하고 병세가 악화되어 죽어가는 스토리의 소설을 썼다.
재미는 없었지만, 읽으면서 킥킥 웃음이 나왔고, ‘걸려보시던지, 걸린 사람을 취재라도 해보시던지’ 라고 독후감을 써 보내려다가 참았다.
소설이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니까 작가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지어내도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는 무죄이므로.
디데이-6일전. 칵테일 바 세라비에 들렀다. 제임스는 자기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청년이 지하철역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세라비2’라는 칵테일 바를 개업한다고 했다.
격려의 뜻으로 이번 토요일에 방문하려하는데, 술은 자신이 살 테니 동행하자고 했다. 제임스는 코감기가 있는지 코맹맹이 목소리를 냈고, 몸의 컨디션도 안 좋아 보였다.
‘세라비2’를 개업하는 청년은 세라비에서 몇 번 마주쳤었다. 보조개를 만들며 내게 날리는 싱그러운 미소에서 살풋 유혹의 실바람도 불어왔는데, 곧 영업 개시하는 ‘세라비2’의 어장관리 차원에서 보내는 호객행위였나 보다. 씁쓸해라. 세라비---이것이 인생이지 머.
디데이-4일전. 세라비는 제임스의 1인 영업장인지라, 제임스가 맘대로 손님들을 쫒아내고 일찍 문을 닫았다.
미리 짬짜미를 해둔 세라비의 단골고객만 모아서 택시 2대로 ‘세라비2’로 이동했다. 세라비2의 주인장과 세라비 VIP들만의 파티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겹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도 추고 놀았다. 집이 멀어서 먼저 자리를 뜨는 제임스에게 미쓰 윤이 ‘감기 걸리셨나봐. 코로나 검사 받아보세요.’라고 했다.
며칠 후 현장에 있었던 9명중에서 5명이 감염되어 격리당할 줄은 짐작도 못하고, 모두들 제임스의 감기만 걱정했다.
디데이-2일전. 한동네 주민들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었다. SNS로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실제 만남은 처음이었다. 미스터 제이와 나를 포함한 여성 셋이었다.
좋은 벗을 사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좋은 예감은 대체로 적중했었다. 벗이란 천천히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압지에 잉크가 번지듯 푸르게 스며왔었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이웃에 살아서 자주 접하는 사람이 소원하게 지내는 4촌보다 친하다는 뜻이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경제력에 비슷한 교육수준을 갖추었다면 교집합의 면적이 넓다. 게다가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교집합의 깊이까지도 깊어진다.
미스터 제이가 아껴두었던 와인도 들고 나왔다. 와인의 라벨이라도 사진으로 찍어두었어야 하는데, 와인 맛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홀딱 취해서 눈도장만 찍었더니 어려운 프랑스 글씨라 전혀 기억을 소환할 수가 없다.
차수를 변경하여 몰트위스키 바 ‘알칸소’에 가서 무르익은 정담들을 나누었다. 우연히 스치는 정도였지만 손도 포갰던 것 같다.
따뜻하게 포개진 손의 1000볼트 전류를 타고 바이러스는 소방호스에서 분사되는 물줄기처럼 날아가 꽂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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