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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May 21. 2022

3)기승전술,세라비!
起承轉酒 C'est la vie!

021/앗싸,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지 머.

021/앗싸,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지 머  


내 가까운 지인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주사를 맞은 며칠 후에 사망소식이 신문에 실린 여성작가가 있다. 신문에 ‘고인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몸이 편치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작고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실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위해 지금까지 개발된 검사들은 다른 감염병과 비슷하게 크게 두 가지, 즉 진단검사와 항체검사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진단검사는 활성 감염을 갖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검사로 초기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데, 현재 두 종류의 진단 검사가 있다. RT-PCR 검사로 알려진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감지하는 분자검사와 바이러스에서 특정 단백질을 감지하는 항원검사다.


다른 하나는 항체검사다. 특정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위협요소에 대응해 인체의 면역체계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를 찾는 것으로, 진단을 위한 초기 검사용이라기보다는 감염에 대응해 싸우는 우리 몸의 항체를 알아보는 검사다. ]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디데이. 2021년 매서운 꽃샘추위가 몰아쳤던 날이었다. 오후 4시경, 칵테일바 세라비 바텐더 제임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을 받았으며, 지금 가족과 함께 병원으로 수송되는 구급차 안에 있다는 것이다. 세라비의 출입자 명부도 보건소 직원에게 넘겼으니....


스르르 굴러온 수류탄이 파팍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제임스와 통화 중에도 계속 수신 신호가 울렸다.

“작가님, 저 코로나 확진 받았어요. 구급차가 지금 절 데리러 오고 있어요. 저는 역학 조사에서 작가님과 같이 있었다고 적어냈어요. 작가님도 빨리 PCR 검사부터 받아보세요.”


닥터 진이었다.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녀는 내게 조심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물러갔다. 끊어진 전화선의 꼬리를 물 듯이 보건소의 전화가 연결되었다.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다고 했다.


지난 2주간 접촉한 사람의 명단과 이동 동선과 신용카드 사용명세서까지 문자메시지로 보내라했다.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말고 자가용승용차나 도보로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으라 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였다. 검사원 퇴근시각 이후여서 인지, 폭주하는 문의전화 때문인지 보건소는 전화가 닿지 않았다. 내일 가기로 했다.


디데이+2일차.  

내게 문자메시지로 통보된 PCR 검사결과는 양성이었다. 몸단장할 여유도 없이 종합병원 구급차에 실렸다. 구급차의 실내는 방역비닐로 도배되어있었다. 창문에도 흰 종이를 테이프로 붙여 안과 밖의 시선을 차단했다.


끌려가는 몸으로 차창의 작은 틈새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벚꽃잎이 난분분 날리고 있었다. 선남선녀들이 파안대소하며 길거리를 활보했다. 그들은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나는 구금되었다. 챙겨간 물건은 세면도구와 속옷과 핸드폰과 노트북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코로나에 걸려보고 싶었다. 코로나로 죽을 생각은 없지만, 생생하게 접해보고 싶었다. 죽은 경험이 아니라 산 경험으로 코로나를 쓰고 싶었다. 죽지 않는다면 좋은 소설을 쓸 것 같아서, 설렘으로 가슴에서 둥둥둥 북이 울었다.   


잘 알려진 외국 소설이 있다. 한 남자가 발령을 받아서 여자가 사는 마을로 부임하게 된다. 여자는 남자와 진한 사랑을 나눈다. 임기가 만료된 남자는 여자를 남기고 떠난다.  


사랑하는 남자가 떠난 후에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에이즈를 감염시켰음을 알게 된다. 여자는 죽어가면서 ‘당신을 기억할 수 있는 고통을 남겨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그 글을 읽고 나는 88살 즈음에 80살 정도의 어린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가 옮겨준 에이즈에 걸려 병상에 나란히 누워 손잡고 죽음을 맞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아니라 죽으면서 할 일로 마지막 버킷리스트에 넣었다.   

  


친구들에게 내가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이루도록 성심성의껏 협조를 해달라고 했더니 반응이 각각이었다. ‘바랄 것을 바래야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이번 생에서는 포기한다면, 다음 생에서 꼭 이루도록 결사적으로 도와주겠다. 도와주겠다는 각서를 쓰고 피를 찍어서 사인하겠다.’ 등이었다.  


“뭘 못 바란다는 거야? 첫째, 내가 88살까지 산다는 것? 둘째, 살 수 있다 해도 연하애인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것? 셋째, 첫째와 둘째 소원을 다 이루었어도 에이즈에 걸릴 능력이 안 된다는 거?”

내가 친구들을 잡아먹을 듯이 다그쳤더니 그네들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에이즈에 옮으려면 성행위를 해야 하잖아. 너, 88살에 그게 될 것 같아?”

“어찌어찌 유사 성행위로 안 될까?”

“깨 몽하셔.”


‘깨몽’은 꿈을 깨라는 뜻이다. 친구들이 아무리 깨몽하라고 해도 나는 버킷리스트에서 ‘88살에 연하남과의 연애’를 지우지 않았다. ‘안되면 다음 생에서라도 꼭’이라고 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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