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이 소개하는 특별한 대전 칼국수집 여덟 곳
앞 글에서는 분량이 너무 길어져 준비한 여덟 곳의 칼국수집 중 네 곳만 소개하였다. 이번 글에서도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가진 네 곳의 칼국수집들을 이어 소개한다. 이 글을 통해 처음 접하신 분이라면, 아래 링크를 통해 대전과 칼국수 이야기를 읽어보시는 것을 권한다.
진한 감칠맛으로 당기는 칼국수
지난 글에서 다뤘던 칼국수들은 대부분 멸치국물 기반의 시원하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맛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스마일칼국수는 그런 시원한 맛 대신 진한 감칠맛을 앞세우는 칼국수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30년 가까이 영업해 온 이 가게는 2015년의 '백종원의 삼대천왕' 에 소개되면서 한 차례 유명세를 탔고, 2019년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스마일칼국수의 국물은 여러 차례의 TV 출연에서도 알려졌다시피, 멸치와 디포리(말린 밴댕이)를 함께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감칠맛이 있되 시원함이 주를 이루는 멸치와는 달리, 디포리가 들어간 이곳의 육수는 강한 감칠맛으로 입맛을 자극한다. 여기에 묵직함을 더하는 것이 위에 뿌려져 나오는 들깨와 면을 끓이며 우러난 전분이다. 들깨 특유의 향을 포함한 고소함과, 전분이 우러나 걸쭉해진 국물은 진한 감칠맛이 입에 달라붙게 만든다. 이렇게 감칠맛이 강한 경우, 국물이 과하게 우려지며 잡내가 나거나 감칠맛이 너무 강해 입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곳의 국물은 그런 문제 없이 균형 잡힌 맛을 낸다.
면은 손으로 만든 면을 사용하는데, 본점과 분점 모두 오픈 키친 형태로 제면실을 공개하고 있다. 쉴 새 없이 면을 만드는 모습에서 면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면의 식감은 손칼국수답게 쫄깃쫄깃한데, 진한 국물과도 잘 어우러지고, 앞접시에 덜어 고명인 부추와 함께 먹어도 좋다.
이곳에서 칼국수에 곁들이는 사이드 메뉴는 김밥이다. 가격은 6,000원이지만 두 줄이 나오기 때문에 비싸지는 않다. 김밥의 구성은 햄이 빠진 대신 커다란 유부가 들어간 단출한 구성인데, 그냥 먹었을 때에는 평범한 김밥의 맛이다. 하지만 이 김밥의 진가는 칼국수와 함께 할 때 나온다. 칼국수의 진한 국물에 김밥을 넣으면 밥알 사이사이로 국물이 스며드는데, 칼국수 국물의 진한 감칠맛과 유부의 단맛, 단무지의 새콤함이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맛을 낸다. 김밥이 남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포장도 가능하니, 한 번쯤 먹어보는 것을 권한다.
가게의 분위기는 유명세 덕분인지 인테리어가 깔끔하여, 천천히 식사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가격 역시 칼국수는 7,000원, 김밥은 6,000원으로 합리적이고, 양도 충분하여 2인이 칼국수 하나, 김밥 하나를 시켜 15,000원 아래로 식사할 수 있다. 또한, 원도심인 중구 대흥동에 본점이 있고, 신도심인 서구 월평동에 분점이 있어 대전 어디에서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위치
- 본점
- 분점
영업시간: 월~토 11:00~20:30
주요메뉴: 칼국수 7,000원, 김밥 2줄 6,000원
특이사항: 본점과 분점 모두 주차장 있음. 김밥 포장 가능.
50년의 세월을 간직한, 시간이 담긴 맛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칼국수라는 음식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의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를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굶주림을 이겨내기 위해 먹기 시작한 음식인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신도칼국수는 그런 칼국수의 원형에 가까운 맛을 50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는 식당이다. 위 사진과 같이 매장에 전시된 그릇들이 긴 역사를 단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그 긴 세월 때문인지, 이곳의 맛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오래 전의 과거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특별함이 있다.
신도칼국수의 구성은 매우 단출하다. 멸치로 우려낸 듯한 육수에 면이 가득 들어있고, 그 위에 절인 고추와 들깨가 얹어져 있다. 국물은 멸치 육수에 사골 육수를 섞어서 진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고 적당하다. 필자처럼 자극적으로 먹는 편이라면 국물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절인 고추가 들어간 양념장을 넣어서 간과 매콤함을 잡을 수 있다. 면은 평범한 칼국수용 면이라 별다른 개성 없이 국물과 잘 어울리지만, 특기할 만한 점은 양에 있다. 이곳의 면은 정말 양이 많은데, 칼국수를 필자보다 덜 사랑하는(?) 일행은 먹는 속도보다 면이 불어나는 속도가 빠를 지경이었다. 아마도 이 역시 배고프던 시절을 지나온 이곳의 역사가 남긴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성이 단순하고 양이 정말 많은 만큼, 필자에게 이곳의 칼국수는 일찍 물리는 편이었다. 분명 맛은 훌륭했지만, 거의 다 먹을 즈음에는 남기고 싶지 않은 의무감에 먹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을 나올 때의 인상은 만족스러웠다. 이 단순하지만 진한 맛이 칼국수의 원형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이들, 특히 요즘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운 맛이지만, 칼국수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볼 것을 권한다.
반찬으로는 열무김치와 단무지가 나오는데, 적당히 신 열무김치가 훌륭하다. 칼국수의 가는 면과 함께 먹기 좋은 맛이다. 그 외의 곁들일 메뉴로는 돼지 수육과 두부두루치기가 있는데, 평범하게 나쁘지 않다. 본점은 대전역 맞은 편의 원도심에 있는데, 건물은 낡았지만 실내는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어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다. 대전 칼국수 역사의 증인인 만큼 분점도 세 곳이나 있는데, 각각 원도심의 중구 중촌동과 대사동, 신도심의 서구 월평동에 위치해 있다. 분점의 맛 역시 일정한 편이니 과거의 칼국수 맛이 궁금하다면 가까운 곳으로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위치
- 본점
- 월평점
- 대사점
- 중촌점
영업시간: 10:00~20:00, 휴무일은 지점마다 다름
주요메뉴: 칼국수 6,000원
특이사항: 양이 많은 편이므로 곱빼기를 시키는 것에 신중할 것.
푸짐한 고명과 얼큰한 국물이 인상적인 합리적인 가격의 칼국수
국물과 면만큼이나 칼국수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칼국수에 올라간 고명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국물과 면을 가진 칼국수를 소개했지만, 이들의 고명은 대부분 파, 부추, 들깨, 쑥갓 정도로 평이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경동오징어국수는 풍성한 고명과 얼큰한 국물로 자신만의 특징을 확실히 잡은 가게이다. 이 가게 역시 1979년 개업으로 업력이 상당히 긴데, 그만큼 이곳의 맛을 사랑해온 단골들이 많다.
경동오징어국수의 대표 메뉴는 두부오징어국수로 얼핏 보기에는 앞에서 소개한 얼큰이칼국수와 비슷한 구성이다. 하지만 쑥갓과 계란이 올라간 얼큰이칼국수와는 달리 두껍게 썬 두부와 오징어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확실히 다른 음식이라는 인상을 준다. 고명으로 올라간 두부와 오징어의 양이 제법 많아서 건져먹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고명만 추가하여 주문도 가능해서 소주 안주로 먹기에도 좋을 정도다. 국물은 겉보기에는 얼큰이칼국수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다른 맛을 낸다. 고춧가루의 칼칼한 맛을 앞세운 얼큰이칼국수와는 달리 멸치육수의 시원한 맛이 주가 되고 약간의 매콤함이 느껴진다. 위 사진과 같이 고춧가루가 안 들어간 순한맛에서 본래 육수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는데, 시원하고 깔끔해서 한 그릇을 비우는데 부담이 없다. 면은 일반 칼국수면으로 다른 칼국수와 마찬가지로 국물을 잘 머금기에 맛을 잘 전달해준다. 정리하면 처음엔 고명을 건져먹는 재미가, 뒤에는 시원한 국물 맛이 훌륭한 칼국수라고 할 수 있다.
칼국수와 함께 이 가게를 유명하게 한 메뉴로 양념족발과 두부오징어두루치기가 있다. 양념족발은 소위 '미니족'이라고 불리는 돼지족의 끝부분에 양념을 버무리고 센 화력으로 구운 음식으로, 저녁시간에 방문하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술과 함께 먹고 있다. 두부오징어두루치기는 다른 곳의 두루치기와 비슷하게 두부와 오징어를 매콤한 국물에 자작하게 끓인 것인데, 이곳의 국수의 고명이 풍성한 만큼 다른 칼국수집보다 더 풍성한 구성이다.
매장의 분위기는 무난한 한식당의 분위기라 편안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 술을 부르는 메뉴이다 보니 저녁에는 술을 마시는 테이블이 많아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 매장의 위치는 원도심 중에서도 오래된 동구 성남동에 있다 보니 주차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가게 바로 옆 골목에 빈 건물들이 있어 주차가 가능하다.
위치
영업시간: 월~토 10:30~21:30
주요메뉴: 두부오징어칼국수 7,000원, 양념족발구이(소) 12,000원, 두부오징어두루치기 15,000원
특이사항: 칼국수 주문 전에 고명 추가 가능.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이 매력적인 새로운 형태의 칼국수
일반적인 칼국수는 멸치나 바지락 등의 해물로 낸 시원한 육수를 사용한다. 이를 뒤집어서 고소한 사골 육수로 바꾸어 성공한 것이 명동의 사골칼국수이다. 이처럼 바탕이 되는 육수를 해물이 아닌 것으로 바꾸면,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칼국수가 된다. 기러기칼국수는 육수를 고기, 그중에서도 흔치 않은 기러기 육수를 사용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맛을 낸 칼국수이다. 사실 이 가게는 충남 예산에 본점을 두고 있고, 대전에 처음으로 직영점을 내었다고 한다. (본점 사장님의 아드님이 운영한다고 한다.) 때문에 예산을 다루는 글에서 쓰는 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예산을 언제쯤 다룰지도 모르고 필자가 본점의 20년 가까운 단골이기에 약간의 사심을 담아 소개한다. 물론 사심이 담겼다고 해서, 기러기칼국수가 대전에서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칼국수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기러기칼국수는 세 단계로 제공된다. 먼저 약간의 기러기 고기와 깔끔한 육수가 전골냄비에 담겨서 나온다. 담백하고 쫄깃한 고기도 매력적이지만 칼국수에서는 맛보기 정도로만 나오고 육수가 주가 된다. 기러기 육수라는 이름만 들으면 닭이나 오리의 것과 비슷한 맛을 낼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소고기 육수에 가까운 진한 감칠맛에 담백함이 더해진 맛이 난다. 이 기러기 육수는 기름기를 잘 걷어낸 고깃국을 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고명으로 나오는 파채와 육수를 곁들여 먹으면 별미다. 그렇게 깔끔한 육수를 즐겼다면, 두 번째로 칼국수 사리를 넣어 먹게 된다. 면은 일반적인 칼국수면인데, 육수를 잘 머금기에 그 맛을 잘 전해준다. 칼국수로 먹을 때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국물인데, 면에 있던 전분이 육수에 풀리며 국물이 걸쭉해지고 진해진다. 담백함은 앞에서 육수만 먹을 때보다 떨어지기에 아쉬움이 있지만, 걸쭉하게 더 진해진 국물은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국수를 다 먹으면 마지막으로 밥과 야채, 들깨를 넣어 죽을 끓이게 된다. 이미 국물에 전분이 나와 있어 밥을 넣고 조금만 끓이다 보면 알맞게 퍼진 죽이 되는데, 이때 강한 화력으로 국물을 졸이면서 죽을 끓이기에 국물이 농축되어 죽은 아주 진한 감칠맛을 낸다. 이렇게 세 가지 음식을 모두 먹고 나면 '기러기'라는 이름이 주는 생경함은 어느새 사라져 있고, 그 자리를 만족스러운 포만감이 채울 것이다.
기러기칼국수도 훌륭한 음식이지만 가격을 8,000원으로 유지하기 위해 고기가 적게 들어가 있다. 그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 기러기 탕백숙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앞에서 소개한 기러기칼국수와 완전히 같지만, 처음에 육수와 함께 고기가 충분히 들어가 있어 기러기 고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기러기 고기는 크게 부위에 따라 두 가지로, 찢은 소고기 양지처럼 감칠맛이 나면서 담백한 것이 있고, 거기에 기름이 조금 더 붙어 오리에 가까운 맛을 내는 것이 있다. 둘 모두 고기 냄새, 약재 냄새 등의 특징적인 냄새가 나지 않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식사에는 탕백숙도 좋은 선택이 된다. 반찬으로는 백김치와 배추김치 두 가지가 나오는데 알맞게 익은 배추김치도 시원한 백김치도, 모두 훌륭하니 꼭 곁들이기를 바란다.
매장의 분위기는 최근에 인테리어를 해서 깔끔한 인상을 주며, 충분히 넓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위치는 대덕구 송촌동 먹자골목에 있어 원도심 쪽에서의 접근성은 좋으나 유성, 둔산 등 신도심에서는 다소 멀다. 문제가 되는 점은 송촌동 먹자골목의 고질적인 주차난인데, 저녁 시간에는 골목길 양단의 차들 때문에 교행이 힘들 정도다. 하지만 주변 가게와는 달리 매장 자체에 주차장을 6면 정도 확보하고 있어, 어떻게든 도착만 하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다.
위치
영업시간: 화~일 11:00~22:00
주요메뉴: 기러기칼국수 8,000원, 기러기탕백숙(소) 34,000원
특이사항: 매장에 주차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