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실존주의 철학자와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은 길지 않다. 연약한 인간으로 태어나 생로병사에 시달리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느낌도 든다.
우리 인생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서 과녁에 명중하는 순간 우리의 삶도 끝이 난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이 순간 받아들이고 희망을 갖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언제나 같이 있고 매일 본다고 생각했다는 가족들도 사실은 나이에 따라 수면시간, 화장실에 가는 시간, 불가피하게 떨어져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 중년의 경우 1년이 안된다는 TV의 대기업 광고형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언제까지나 지겹게 매일 보고 싸웠던 가족들도 사실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10년여 전 나는 한 때 이태리성악에 심취했다. 성악교실에 등록해서 수강한 적이 있다. 나의 18번 애창곡은 '남몰래 흐르는 눈물',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였다. 강사선생님이 젊고 미인이셔서 더 열심히 등록하고 다녔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 그 성악교실은 대상자가 대부분 50대 이상이 나이 드신 분들이 취미 삼아 동호회활동을 하면서 주류를 점유하고 계셨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함께 노래하고 인사를 나누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많은 친숙감을 느꼈다. 강사 선생님에게 노래를 배운 다음에는 마지막시간에 잘하거나 자신 있는 사람들이 앞에 나와서 독창을 하는 시간을 갖었다.
특히 노래를 잘하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떨지도 않고 앞에 나와서 원어인 이태리가곡인 노래를 발음도 정확하게 잘 부르셨다. 한 번은 화장실 입구에서 제일 잘하시는 인생의 선배님에게 어떻게 그렇게 안 떨 수가 있냐고 문의하자 당연한 질문을 한 다는 표정으로 떨 필요가 뭐 있냐고 하셨다.
그런데 그 질문을 한 며칠 뒤 그분이 결석하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총무님에게 그분이 왜 안 나오시냐고 문의하자 돌아가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렇게 출석을 잘하시다가 계속 빠지시면 대부분은 돌아가시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분이 계셨는 데 그분은 노래는 못하지만 즐겨하는 몸이 장애로 불편하시고 의족을 하고 계셨다. 누구보다도 노래를 좋아하시는 그분이 또 결석하셔서 총무님에게 물어보자 그분도 가셨다고, 즉 돌아가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나는 그때 우리 인생이 죽음이랑 그렇게 멀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서 그분들의 나이 때가 내가 된 것 같다.
우리 인생은 기약 없이 그냥저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우리 인생은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여 세월이 완전히 흘러간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