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끌어안기 9 - 못난이도 괜찮아

by Little Tree

[지금은 20대가 되었을 A가 조금은 잘 살기를 바라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외모, 성격, 생각 등에서 거슬리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약점(단점)이라 말한다.

약점을 건강히 수용하고 보완하며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지 않으려 하거나 감추려 애쓴다.

보기 싫은 것, 못난 내 모습.


나는 그것을 못난이라고 부른다.



A는 나를 만날 때, 쉬지 않고 귀 옆머리를 만진다.

가슴은 책상에 거의 붙을 듯 구부러트리고

양손의 엄지와 검지는 잡기 딱 좋을 만한 길이의 구랫나루를 조물거린다.


-나와의 대화가 초조할까. 아니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걸까. -


A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때는 오직 ‘질문’할 때다.

질문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고 날 보는 눈빛이 싫다.

쏘아보는 것인지 멍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제 나이로는 너무 어이없고 어리숙한 질문을 한다.


학교에 나오기 힘든 A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었다.

A가 두려워하는 생각의 끝을 찾아야 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A.

내 욕심이었을까, 깊은 곳까지 이어지는 대화는 할 수 없었다.

전학을 갈 수 없는 상황, 힘들지만 학교를 나오는 이유

자신에게 힘을 주는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A는 그 눈빛으로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전학은 갈 수 있나요.”


-넌 내 말을 듣고 있지 않구나.-


유리벽 하나를 두고 우리는 그렇게 가까이 있지만 너무 멀리 있는 사이였다.




나는 약점과 단점이 많은 사람이다.

모공이 넓고 기미가 있는 피부, 충동성, 낮은 기억력,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생각 등등

이들 중 몇몇은 못난이라 여기고 숨기며 살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소중한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데 30년이 걸렸다.


충동성은 위기 사안 때 엄청난 속도로 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현재 필요 없는 기억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은

물밀듯 밀려오는 학생들을 상담하는데 적절한 지우개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들 무시하려는 내 태도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알기에 타인의 장점을 보려고 한다.


못난이도 잘만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반대 역량을 신장시켜 균형을 맞추면 장점도 된다.

그렇게 이쁜이들과 못난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존재하는 나’가 된다.

이쁜이들만 보여지는 ‘이상적인 나’가 아니라

빈틈도 모난 곳도 매끈한 곳도 부드러운 곳도 한데 어우러지며

울퉁불퉁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나로 살아간다.



고등학생인 A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할 수 있을 활동을 어려워한다.

학원을 다녀오면 종일 게임을 하고, 무슨 직업을 갖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학교를 갈 것이라 말한다.

그런 A에게서 내가 느낀 주된 감정은 답답함이었다.


- 대학에 가서 보고서는 쓸 수 있을까.-

답답함을 꾹꾹 누르고 다정하게 말하지만

혹시나 새어 나오는 날카로운 말투와 태도로 상처받지 않을까

스스로를 검열하며 A와의 시간을 견딘다.

그런 나를 A도 감각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ADHD는 아니에요.”

“하려고 했는데 미루다가 잊어버렸어요.”

“초 • 중학교 때 힘든 적 없었어요.”

“수업 과제나 활동할 때 어려웠던 상황이요? 생각 안 나요.”라고 말하는 A.

너무 순수한 표정으로 말해서 나는 깜빡 속는다.

그러나, 잠깐 지나면 내 말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음을 깨닫는다.


자퇴, 전학, 체험학습, 위탁교육, 숙려제...

이 모든 것들을 수차례 설명 했지만 A는 또 질문한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발끝부터 참고 있던 답답함을 참다못해 가늘게 세어 보내며 질문했다.

“A가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어. 샘은 A가 샘 말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답답해. A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나.”


A가 대학교나 일터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A를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내 마음도 솔직하게 말했다.


“샘은 이런 것들이 걱정돼. 너는 네가 걱정되지 않아? 샘은 너를 도와주고 싶어.”



A는 자신의 못난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못난이를 감추고 있었던 것일까.

못난이와 마주하기 싫고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어

문제도 어려움도 없는 척하지만

상담교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고

간단한 활동을 하지 못해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A의 20대를 상상해본다.


집중력, 어휘 이해력이 부족해도 친구들을 사귀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것에 뿌듯해 하고

쉬운 책들부터 하나씩 읽어가며 자신의 못난이를 돌볼 것이다.

정신적 작업과 다량의 청각정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못난이라고 감추었던 것들을 온전한 내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갈 것이다.

완벽한 내 모습, 완벽한 삶이 아니라

부족함도 괜찮다고 인정하며 울퉁불퉁한 내 모습과 삶을 사랑할 수 있고

울퉁불퉁한 타인도 온전히 인정해줄 수 있는

품이 넓은 A가 되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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