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같은 세상에 ‘툭’ 던져진 너희에게
한국에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생활은 사회성 향상에 중요한 시기다.
(심리발달 측면에 대한 논의는 잠시 미루고)
나와 결이 맞는 친구들은 어떤 표정과 태도로 학교에 다니는지
교실에서 어떤 그룹에 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1년 동안 점심을 함께 먹을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결이 맞지 않는다고 혼자 다닐 수는 없으니
계약 친구마냥 다니기도 하고
지내다가 결이 맞지 않아도 적당히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는 법을 배우는 시기이다.
(조금만 맞지 않아도 '그만놀자' 하는 요즘 아이들은 참. 외롭다)
우리 반이 일명 ‘일진’ 애들이 분위기를 주도 하는지
모래알처럼 각개 전투, 작은 소그룹들로 이뤄져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지
반 전체가 함께 어울리고 소외되는 학생들에게도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분위기인지에 따라
‘나대기’도 해야 하고 ‘자중’해야 하기도 하며
‘착한 척’ 해야 하기도 하고 ‘노는 척’ 해야 하기도 하는데
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습득하는 시기인 것이다.
(조용하게 지내는 나는 나답지 않아요. 아니! 어떤 곳에서는 조용히 지내기도 해야 해.)
학기가 시작한 후 2~3주 안에 어떤 그룹에 속할 것이고, 어떤 태도로 있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시기에 코로나를 겪은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시행착오로 힘들어했다.
더불어 학교 적응과 교우관계가 어려워 자퇴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학교가 유지되는 것을 보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코로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를 빼앗아 갔고, 어른들과 사회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다. (사실, 가르쳐줄 수가 없다.)
사회보다 더 정글 같은 학교에 ‘툭’ 던져졌고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된 학생들은
“고등학생도 됐는데 제가 그런 것까지 하나 하나 알려줘야 해요?” 라고 말하는 부모들의 눈총을 받으며
고된 학교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작은 이유 하나를 찾아내서 ‘팽’시키고 따돌리고 뒷담화하며 자신들의 그룹을 유지하는
못된 학생들이 있는 반에 잘못 걸리면 1년을 눈치보며 비위 맞추며 살아야 한다.
쥐 죽은 듯 조용히 지내거나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그룹에 속하여 누군가를 팽시켜야 한다.
(자신은 올 해 가해자, 방관자, 피해자가 다 되어보았다고 말한 학생이 있었다.)
못된 학생은 없으나 나와 결이 맞지 않는 반이면 1년 동안
‘혼자서 지내거나
재미없게 지내거나
관계로 상처받으며 사귄 친구들을 끊어 낼 것인지 그냥 참고 다닐 것인지를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이 반에서는 내 모습으로 살 수가 없어요.
그냥 혼자 지내는게 나아요. 라고 했으나 질병조퇴가 수두룩한 학생도 있었다.)
결이 맞는 친구와 사귀었다고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업시간과 진로시간에 ‘직업선택’과 ‘진로준비’를 강요받는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진로를 정해서 대입 준비를 해야 한다.
대충 진로를 정하면 관련 책을 읽고,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며,
봉사활동이나 각종 캠프에 참여해서 보고서를 내고 생기부(생활기록부)를 채워야 한다.
(친구들은 다 진로를 정했는데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내가 문제인 것 같다는 학생이 생각난다.)
대학 입학에 가장 중요한 내신 등급을 잘 받기 위해서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고
집에 와서 새벽 2~3시까지 학원 숙제, 수행평가 준비를 하니 학교 수업시간에는 졸음이 쏟아진다.
그렇게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뤘는데, 수행평가를 본다며 과제를 내주고 공부를 시킨다.
(하루에 5개의 수행평가를 본다며 울며 조퇴하겠다는 학생도 생각난다.)
매 시간 평가가 계속 되니 수행평가 하나 실수하게 되면
내신 등급이 나락갈 것 같아서 불안해하며 내신을 포기한다.
내신을 포기하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차라리 수능 공부를 하고 싶어 하고
다른 공부를 하지 말라는 교사들의 지시를 어길 수는 없으니 그 시간을 애매하게 보낸다.
(상위1% 학생이 수학 수행에서 실수했고,
내신을 포기할 것이니 학교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자퇴하겠다는 학생을 말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끔 상담실에 오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 한국에서 학교 다니기 참 힘들어.”
나는, 부모님들이 한국의 고등학교를 버텨내는 것이
군대보다, 사회생활보다 힘들 수 있음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참으면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
좌절을 차단시킨 부모들 덕분에 작은 상처에도 아픈 학생들
전두엽이 덜 발달되어 이성보다는 감정에 충실한 학생들
전학과 자퇴가 쉽지 않은 선택지이기에 탈출구가 없는 학생들
1년 동안 혹은 3년 동안 지옥 같은 곳에서 버텨야 하는 학생들
반이 바뀌었지만 나를 괴롭힌 친구의 친구가 있는 교실에서 눈치보는 학생들
수행 하나 망하면 등급이 내려가서 대학이 바뀌는 현실에 놓인 학생들
대학 못가면 답이 없다고 말하는 세상에 대응할 수 있는 답을 모르는 학생들
평생 돈을 벌어도 집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뉴스를 보며 자라는 학생들
이 학생들에게 ‘성인’과 같은 역할과 태도를 바라는 것은 과하다.
“아버님, 어머님이 살았던 청소년 시기와는 너무 다른 세상이에요.”
라고 말해도 부모님은 자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글같은 세상에 툭 던져진 아이들을
좀더 너그럽고 따뜻하게 바라보며 가끔은
“네 탓이 아니야.” 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학교 다니는게 참 힘들어" 라고 위로해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