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저번 시간에는 김금희, <크리스마스 타일>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 시간에 소개해 드릴 책은 한국에서 최장기간 베스트셀러로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2011년부터 카도카와 쇼텐의 월간지 <소설 야성시대>에서 연재했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현대문학이 2012년에 초판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과 중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요. 개인적으로 원작을 먼저 읽은 다음에 영화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원작이 훨씬 훌륭하거든요.) 영화는 대체로 중국판의 평이 좋아 넷플릭스에서 중국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를 감상했습니다.
영화에서는 환광원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다 보니 달토끼 에피소드라던지 몇몇 부수적인 이야기들이 생략되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영화의 러닝타임을 고려해 보면 감독이 나름 편집점을 잘 찾아냈고, 이야기 흐름도 이만하면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해 보자면, 원작과 비교해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같은 스토리 라인이자만 중국 특유의 감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 나미야 할아버지 역에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배우, 성룡이 등장합니다. 액션 영화에서의 성룡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미스 캐스팅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액션 말고 다른 장르에서 그의 연기를 보는 것이 신선했고 좋았습니다.
1. 종이책 빨간색 표지 & 올리브색 속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책 표지는 빨간색입니다. 편지를 집어넣는 우체통이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 만큼, 우체통의 색깔인 빨간색을 표지색으로 정한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봅니다. (표지에 우체통 그림도 있네요!)
속지 디자인이 올리브색인 것을 보았을 때, 빨-초-흰 조합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시발점이 된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환광원 화재 사건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환광원 화재 사건은 작중에서 환광원과 나미야 잡화점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비단, 나미야 잡화점의 부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적의 시발점인 < 한밤 중에 하모니카를 >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죠.
세 명의 좀도둑이 폐가게에 숨어들었다가 우편함에 날아든 익명의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편지에 적힌 심각한 고민 내용을 보고는 반신반의하며 답장을 적어 보냅니다. 그런데 밖에 인기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편함에는 바로 답신이 날아들고, 다른 곳으로 도망칠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이내 가게 밖의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러간다는 깨닫고 시간 속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나미야 잡화점이 부활한다는 인터넷 기사를 떠올리게 된 도둑들. 이제는 우편함에 도착한 고민편지들에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진심으로 답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단 하루, 나미야 잡화점의 부활과 환광원에 얽힌 기적과 같은 이야기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167p
"잊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새겨서 인생에 되살렸어, 이 사람이 나한테 감사하다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야. 일이 전적으로 잘 풀린 건 전적으로 이 사람의 힘이야.....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보낸 답장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봐 마음이 괴로웠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우스운 얘기다." - 199p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 447p
필자는 이 구절들을 읽으면서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중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명장면이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소년의 죽음‘에피소드인데요.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
"너의 인생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라는 아직까지도 제 인생 명언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크리스마스에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을 주제로 김금희 <크리스마스 타일>과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크리스마스임에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특별한 이벤트 없이, 바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던 필자의 최근 몇 년간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났고, 그래서 저마다의 ‘고독’을 가진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깊게 몰입하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아주 특별한 하루를 맞이합니다. 단 하루만 부활한다는 나미야 잡화점의 소식을 듣고 아무런 연고점이 없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과거에 엮이게 되는 인연이 얼마나 될까요? 또 그 인연들이 다시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더해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에 내가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우린 완벽한 타인일 수 있을까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세상 사람들과 나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인간의 모습은 어쩌면 원래 태생부터 '우리'로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생명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
타인을 위하는 순수한 진심이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깨달음을 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아마도 크리스마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의 행복, 그리고 안녕을 기원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더욱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간절히 우리의 따뜻한 목소리를 기다는 어딘가에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작은 관심을 기울여 본다면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럼 다음에는 '크리스마스에 이웃과 친해지고 싶다면'을 주제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 독자들이 직접 시리즈물로 엮을 정도로 팬층이 두텁습니다.
후에 소개할 다른 주제들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들을 소개하려다가, 가능하면 다양한 작가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여러분들께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지나가겠습니다.
산타는 남자만 가능하다?! 마더 산타도 있다! 산타 할아버지만 있다는 편견을 깨버린 작품, 그의 유쾌한 상상력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
-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 4권 중 마지막 책. 나머지 3권은 추리소설인 것과는 다르게 혼자 연애 소설인 것이 다소 불만(?)스럽다. 스키장에서 얽힌 인연들의 사랑의 짝대기, 과연 그들의 연애의 행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