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투피스를 즐겨 입고, 그릇장에는 희고 푸른 우아한 접시가 "세워서" 진열되어 있다.
테이블에는 싱싱한 꽃이 나 좀 보라며 약간은 아방가르드한 꽃병에 늘어져있다.
머리는 세팅되어 있고, 둘셋쯤의 자녀들은 얌전하고 예의 바르다.
남편은 깔끔하고 듬직하며 가정밖에 모른다.........
... 이게 내 30대 후반일 줄 알았다.
멋스럽고 여유로우며 삼십 대는 좀, 뭔가 다를 줄 알았다.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고 꿈꾸다 보면 어느새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1989년 1월생.
나는 빠른 년생으로 입학해서 한국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1988년 올림픽 베이비들로, 없어졌다고는 해도, 한국나이-로는 서른일곱으로 올라갈 것이다.
파라과이에 거주하는 나는 이제 꽉 찬, 끝나가는 만 35세로, 이제 돌아오는 2025년 1월, 서른여섯이 된다.
어쨌든 36살이면 삼십 대의 후반전에 입장하는 것이다.
35살은, 하프타임 쇼? (쉬는 시간) 정도로 생각할만한 게,
일 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연말 특유의 감성으로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중에 현타 오는 사건들이 꽤 되었다.
게다가 일주일에 두 번이나 넘어져서 지금 건강이 안 좋기까지 하니 생각할 시간은 더욱 많아진다.
어찌 됐든, 30대의 후반전에 터덜터덜 입장하며 여러 생각이 겹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생각을 털어내려면 글로 쓰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그래서 준비했다(?!)
앞으로의 글들은 30대 후반이 되면서 보이는 전에 보지 못했던, 혹은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