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1일은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
매년 연례행사는 1월에 예쁘고 귀엽거나, 세련되거나 우아한 다이어리를 사는 것으로 시작됐다.
귀여운 다이어리를 보면 무언가를 쓰고 계획하고 기록하는 것이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안 샀다.
왜냐?
나는 이제 과감하게 내가 하지 않는 것들을 붙잡고 늘어지지 않기로 했다.
굳이 하지도 않을 것을 알면서 미련하게 꾸역꾸역 남들이 준비한다는 이유로, 내가 이제까지 해왔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습관적으로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처음에는 열심히 썼다.
그런데 끝까지 쓰는 일이 점점 없어졌다.
처녀 적에는 매일 쓴 거 같은데, 결혼 후부터는 거의 1년 내내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삶에 찌들어서일 수도)
그리고 1월 1일이니까 운동해야지!
이런 생각도 안 하기로 한다.
운동이란 1월이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월 1일이라서 시작하게 되면 거기에 엄청난 압박감? 같은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늘 그렇게 생각하고 강박을 가지던 나였다.
사실, 남편이 나에게 주는 강박이다.
너 이제 바뀌어야 해! 1월이잖아!
미안하지만... 난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36살이 되는 1월이고, 특별한 1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월이기도 하다.
겨울에 태어나, 겨울을 좋아하던 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30대 후반의 나는, 1월에 설레어 무엇을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꾸준히 이어오던 것을 1월에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뻑적지근한 파티로 시작하는 1월 1일이 아닌, 잔잔하게 좋은 사람과 모여 기쁘고 충만하게 시작하는 새해가 더 반갑다. 술에 취하지 않는다.
운동도, 그냥 더 움직이기- 가 목표고, 1월 18일 현재까지 잘 이어오고 있다.
몸을 움직이고, 일부터 밖에 나가 햇빛을 쐬고, 더 활동을 한다.
음식도 조금 덜 먹고, 단것도 조금 덜 먹는다.
미친 듯이 "단식!!" 소리 지르지 않는다.
그저, 열개 먹을 거 8개로 줄이고, 앉아있는 시간을 10분이라도 줄인다.
나에게 30대 후반은, 미친듯한 레이스가 아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카누 같은 것이다.
힘이 꾸준히 들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긴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그냥 따라가는 습관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내가 지금까지 썼으니까... 하면서 목표를 쓰는 것이 아닌,
의미를 생각하면서 습관을 재정비하고 그 습관들이 모여 새롭게 이어질 삶을 꿈꾸어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나의 30대 후반 시작은 요란하지도 않고 와우! 소리가 날만큼 반짝이지도 않다.
새 옷과 물건으로 점철되어 있지도 않고, 완벽한 몸매와 피부로 시작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비타민을 더 잘 챙겨 먹고, 햇빛아래 나가 양기를 받는다.
피부과는 못 가지만 마스크팩을 더 자주 한다.
이제 패턴이 보인다.
나는 새로운 것을 와라락 쏟아내어 정신을 피곤하고 산만하게 하는 대신,
지금 하는 것에 조금 더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젠가 게임의 블록을 쌓는 것처럼 아주 작은 레벨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2025년 1월, 나의 신년 계획이라면 계획이고, 30대 후반을 차분하고 건강하게 시작하는 방법이다.
헬스장을 끊어서 갑자기 하는 운동이 아닌, 하루에 3000보였던 활동은 5000보로 늘리는 것.
조금만 더, 앞으로 가기.
이렇게라면, 어디든 가 있을 것 같다.
*
게다가 감사하게도, 이 글이 브런치에 올리는 100번째 글이다.
내가 100개의 글을 올리는 것, 무언가를 꾸준히 한 적이 부끄럽게도 별로 없는데 (자의로)
이렇게 100번을 채울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가식 없는 글을 조금씩 올리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