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0대 후반이 바라는 것

생일이 되면... "건강" 만한 소원이 없지..!

by 다마스쿠스

20대 처녀시절 내 최대 관심사는 "날씬한 몸매"와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었다.

잘생기고 능력 좋은 남자친구도 있었으면, 했다. 연애와 결혼에 관심이 많았다. 남들이 쫓아가고 사회에서 어찌 보면 당연시되는 시기의 물결에 나도 타야 되는 것 아닌가, 못하는 수영을 하며 파도 안에 파묻히듯 그저 다수가 가는 그 길목을 기웃거리는 시기였다고 기억된다.


그때는 그저 내 한 몸만, 내 앞가림만 잘하면 되는 인생의 최적기였다고 생각했다.

어느 것 하나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한국의 부모님은 건강하시고, 동생도 자기 앞가림을 야무지게 했다. 집안에 우환도 없었기에- 그냥 나 하나만 잘하면 되나 보다, 고 생각하며 철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쫓아 뉴욕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아침 9시-오후 6시까지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는 다듬거나 능력을 연마하고, 헬스장 가서 굵은 땀을 흘리며 운동도 하고, 틈틈이 데이트를 해가며 응당 그 나이에 해야 하는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생일이 딱 일주일 남은 이 즈음(1월 셋째 주)은 남미에 이민 오기 전까지 늘 겨울이었는데, 뉴욕의 겨울은 너무나 추워서 얇은 스타킹에 힐을 신고 동동거리며 친구들을 만나러 생일파티 장소로 종종거리며 가던 게 기억에 생생하다. 친구들도 모두 결혼 전이라 기꺼이 시간을 빼주었고, 생일 당일에 다들 예쁘게 하고 나와 축하해 주었다.


크고 넓은 흰 접시에는 맛깔난 디저트가 올려져 있고, 초콜릿 시럽으로 Happy Birthday!라고 쓰여 있다. 휘갈겨 놓은 글씨마저 멋진데...!라고 생각하며 디저트 위에 올려진 작은 촛불을 훅-불어 끄며 내 마음속의 소원을 머릿속으로 빈다.


20대의 나의 소원(멋진 연애, 이직등)을 신나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빌고 나면 축하해 주는 친구들과 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즐겼다. 또 한 살 먹었구나!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걸 후후 (하지만 머릿속에는 잘살고 있는지 늘 궁금했다) 라며 즐거움에 푹 빠졌다.




만 36세의 생일이 벌써 다음 주 월요일이다.


남미 생활이 어느새 9년 차에 접어드니, 진정한 친구가 몇 될까- 이런 생각은 접어둔 지 오래고, 잘 챙겨주시고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느낌이 크다. 생일 축하를 받는 것은 다들 자녀가 있고 가정과 일이 있기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생일 언저리에 만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일.


생일이 다가오면서 더욱 느끼는 30대부터 초미의 관심은 바로 "건강..".!

언젠가부터 친했던 친구들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안부를 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서로의 생일이 돌아오면 일단 "건강하자"라고 늘 말한다.


축하하고, 건강해!


이제 30대 후반부터는 확실히 건강에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

몸건강은 워낙들 많이 챙긴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말로만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어떠한 액션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린주스를 갈아 마신다고 다들 말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얼마큼 넣고 가는지, 그 후에 컨디션은 어땠는지, 어떤 비타민이 좋다더라...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나누고 건강에 대해 오랜 시간 대화를 하는 것이다.


20대에는 응 건강중요해~ 다음 이야깃거리! 였다면..

30대 후반의 지금은 아, 이 방법이 되게 좋대요! 정말? 어떻게 하는 건데? 응.. 이게 어쩌고저쩌고.. 링크는 여깄 고, 이 제품이 좋대. 다음 주에 같이 갈까?


이런 흐름인 것이다.


대화의 많은 부분이 "건강"인 것이다.


육체적인 건강뿐이 아닌, 정신적인 건강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정신적인 트라우마나 우울증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이 꽤 높아진 것 같다.

나 또한 당연히 알고는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스쳐 지나갔지만, 상담을 알아본 것은 최근의 일이다. 다음 화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keyword
화, 금 연재
이전 02화2025년 1월, 습관의 의미와 재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