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냐 가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빠 친구 딸 지은(가명)이는 너랑 동갑인데,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어디 기업 대리란다."
30대 후반 여자가 결혼을 안 했으면 일과 결혼한 사람이 많다고 봐야 한다-라는 것이 내 의견이다.
주변에 싱글로 살아가는 친구나 지인들을 보면 일을 사랑하고 열중하여 본인의 커리어에 푹 빠져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느덧 결혼 9년 차.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나도 "꼭 가정을 택하겠어!" 이런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인생의 모든 결정은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20대 초반부터 직장을 잡아 일하기 시작했기에, 결혼할 당시 나는 4년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결혼을 한다고 하자, 직장 상사인 40세 사라는 내게 "너는 이제 주부로 , 엄마로 세틀다운 settle down정착할 것이고 그냥 그렇게 계속 살 거야."라고 말했다. 사라는 오랜 남자친구와 결혼한 지 2개월 차였고, 아이 또한 없는 미국인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리고 그 윗상사 또한 42세로, 아이 없이 파트너와 잘 지내고 있는 분이었다. 그분 또한 내가 결혼 소식을 알리자 걱정을 하시며, 네가 돌아오면 (?) 네 자리 남겨 놓겠다, 고 의미심장한 말씀을 남기셨다...
이 두 분의 상사와 나의 옆자리에 앉는 성소수자 동료 네이트는 나에게 제발 가지 말라며 지금의 결정이 정말 신중해야 할 중요한 인생의 결정이라고 속삭였다. 네가 지금 회사 상황이 살짝 답답할 수 있지만 견뎌내라며....
둘이 여성복 한 팀으로 일하고 있었고, 나이도 한 살 차이였지만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외모가 깔끔하고 키가 큰 미국인 백인 남자로, 나는 키가 작고 통통한 아시안 여자, 그리고 워크 비자가 필요했다.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커리어인가, 결혼인가. 뉴욕에 남아 박봉과 비자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며 살아남기를 반복해야 하는가, 아니면 결혼이라는, 일단은 편해 보이는 일상을 택하는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나는 홀린 듯 남편과 결혼을 했고, 결정을 내린 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네이트는 이직 후, 여전히 뉴욕에 살며, 현재 저명하고 힙한 브랜드의 디렉터로 자리 잡았다.
나는?
결혼하여 두 아이를 출산, 양육했고, 뉴욕 땅은 다시 밟지 못했지만 남편과 경영하는 회사에서 경리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둘 다 삼십대지만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자와 여자라서 다른가? 보면 그것도 아닌 것이 내 주위의 싱글 친구들은 경력이 벌써 13년 차로 모두 매니저나 디렉터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가끔 아리송한 감정에 빠지곤 한다.
뉴욕에 계속 있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커리어에 더욱 매진하고 승승장구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서 같은 직업인채 워킹맘으로 살았을까?
뒤집지 못한 카드에는 늘 미련과 궁금함이 남기 마련이다.
(2편으로 이어서 계속)
*안녕하세요 소중한 독자님들,
최근에 친정아버지가 한국에서 6년 만에 오셔서 업데이트가 늦어졌습니다.
이제 잘 돌아가셨으니 힘내서 그동안 아빠와 대화하며 느낀 이야기들도 풀어내어볼까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