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춤을 추고 피어나라.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한다.
나는 지금 너무 늦은 걸까?
다들 나보다는 모든 방면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너무 제자리일까.
바쁘게 승진하고 아이들이 나보다 큰데... 나는 너무 어중간한 것일까.
스물두 살에 결혼하고 스물다섯에 아이 둘을 낳은 우리 엄마는
서른두 살부터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 시절의 엄마에게 인생은 빠르고 분명했다.
결혼, 출산, 일 — 모든 것이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였다.
엄마는 결혼하고 가정주부가 되는 그 시대 엄마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장사를 시작했고, 큰돈을 벌었다.
에르메스 가방을 여러 개 사고, 집도 여러 채를 갖고, 건물도 지었다. 모든 일이 40전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1989년생 올해 37살.
소박한 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들이 4살, 7살 아직 어리기도 하거니와 엄마 같은 큰 그릇도 아니다.
나는 한참을 돌고, 망설이며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결혼도 엄마보다 5년이나 늦었고, 일도 두세 번 방향을 바꿨다.
이민도 몇 차례 갔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성공하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늦었다고 느낀다.
아이를 일찍 낳은 사람은 커리어가 늦은 게 아닐까 고민하고,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은 이제 와서 출산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걱정한다.
누군가는 결혼이 늦었다고,
누군가는 이직이 늦었다고,
누군가는 마음의 회복이 늦었다고 느낀다.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시계로는 항상 ‘조금 늦은 사람’들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인생은 시합이 아니다.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거북이랑 사자랑 길을 떠났다.
방향을 아는 거북이는 천천히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세상의 시선에서는 너무나 느리지만 거북이는 묵묵히 그 길을 나아간다.
사자는 방향을 잘 모르고 길을 떠났다. 방향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슝- 하고 앞으로 점프해 나갔다.
그 후로 아뿔싸, 여기가 아니지 하고 한참 있다가 방향을 다시 잡는다.
삶의 방향, 목표의 방향을 아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도 생각한다.
늦더라고 차근차근 가다 보면 결국엔 목표한 곳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것만이 성공의 비결이다.
엄마는 젊을 때 이미 많은 걸 이뤘고,
나는 이제야 나다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그저 각각의 리듬이 다를 뿐이다.
음악의 리듬이 다 달라도- 슬퍼도 아름다워도 시너도 우린 그것을 좋은 음악이라 부른다.
빠른 리듬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천천히 피어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봄에 꽃을 피우고,
누군가는 여름 끝자락에 피어난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모두 결국 피어난다는 것이다.
어떠한 모습이던 어떠한 크기던 우리는 피어나는 중이다.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늦은 인생이 아니고,
빨리 이뤘다고 해서 완성된 인생도 아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속도와 계절이 있을 뿐이다.
조금 늦더라도,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건 나에게만은 딱 맞는 제때인 것이다.
세상의 시계는 빠를 수 있지만,
인생의 시계는 각자 다르게 흐른다.
나는 이제 남의 리듬이 아닌 내 리듬으로 살아가려 한다.
남들을 의식한 리듬이 아닌 나 스스로 주체적으로 정한 리듬이다.
그 리듬 안에서라면
지금의 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제때에 피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