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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나를 브랜딩 하다.

퍼스널브랜딩

by 다마스쿠스

〈나는 누구인가 — 서른후반, 나를 다시 브랜드하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이런 질문을 한다.
“나는 누구일까?”
어릴 때는 간단히 대답하던 이 질문이, 이상하게도 한살 한살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정신 없이 살다보니 나는 누구냐는 조금은 철학적인 말이 살짝은 부끄럽고 한가해 보이는 것이다....


스무 살까진 ‘학생’, 스물 다섯엔 '직장인', 서른 살엔 ‘엄마’, 그리고 곧 만 서른일곱이 될 지금은
‘엄마’, ‘아내’, ‘자영업자’, ‘누군가의 딸’이라는 타이틀이 나를 대신한다.
그 사이에 진정한 ‘나’는 어디로 갔을까?

분명히 살아있긴 한데, 게다가 가장 중요한 존재인데...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현저히 부족하다.

나의 에센스essence는 무엇일까. 나는 어떤 것들로 이루어진 사람인 것일까.


요즘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가 퍼스널 브랜딩이다.

SNS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삶을 보여주며 개성을 표출하고 그걸로 돈을 벌고 살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홍보’나 ‘팔리는 이미지 만들기’로 오해하지만,
사실 진짜 퍼스널 브랜딩은 나 자신을 정리하고 정의하는 일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가는가’,
‘나를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인것이다.


서른 후반이 되면 이 질문의 답이 절실해진다.
왜냐하면, 인생의 전반전은 대체로 ‘주어진 역할’을 착착 수행하며 지나가지만
후반전은 ‘내가 선택한 삶’, '내가 그려온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이 정해준 자리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자리를 꿰차 앉아야 한다.

내가 찾아 앉지 못한다면 남이 앉혀주는 아무자리에나 앉아서 시간이 가기 때문이다.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몸은 움직여도 마음은 톱니바퀴 돌듯 늘 제자리에서 역할만 충실하게 해나간다.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브랜드화한다는 말이 낯설었다.

꼭 얼굴을 내보여서 여느 인플루언서처럼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여줘야하나,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누군가가 나에게 “넌 어떤 사람 같아? 그리고 너의 어느 부분이 가장 좋아?" 라고 물었을 때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생각보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퍼스널 브랜딩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포장’이 아니라,
내 안의 생각과 언어를 일깨우고, 되찾는 작업이라는 걸.

‘나는 어떤 순간에 행복한 사람인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나.’
‘누구의 삶이 부럽지 않은가.’
이런 질문들이 모여서 ‘나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갈수 있다.


서른후반의 퍼스널 브랜딩은,
화려하게 포장된 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 흔들림,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섬 —
그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그 안에서 비로소 ‘진짜 나’가 드러나게 되고, 탐구하게 된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대신 내 나이에 맞는, 일관된 나로 하루를 충실히 살고 싶다.

남들이 뭐라고 부르든, 내 이름으로, 내 행동과 생각으로 기억되는 삶.
그게 내가 생각하는 퍼스널 브랜딩의 완성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세상에 나를 필터없이 드러내는 일 뿐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다양한 면들을 다시 기억해내는 일이다.”


그럼 의미에서 나는 내 개인 SNS에 하나씩 영상을 올리면서 내 생각도 정리하고 삶에 일어나는 일들도 기록하고 있다.

매일은 아니더라고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다보면 나중에는 반드시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라며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있을것이다.

작게라도 기록하는 일, 퍼스널브랜딩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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