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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Jun 19. 2024

친구의 정의

친구 0명부터 시작하는 28살.

가족이라곤 시어머니와 할머니, 시누이뿐인 파라과이에서 남편은 내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 했다.


우선, 친구가 없어본 적이 기억이 안 난다.


누가 뒷목을 잡아 똑 떨어뜨려놓은 듯한 낯선 땅에서 친구를 차치하고도, 나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존재감 0. 새롭다! 전화기에 저장된 이름이 아예 없다. 모든 관계가 차단되었고 '리셋'되었다.


친구를 만들어 본 적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던가.


아마 직장이 아니었나 싶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옆자리에 앉은 예쁘고 착한 언니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가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우리는 근무하다 점심때 잠시 얘기하고 회사 끝나고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 꽃을 피워갔다.


친구가 되려면 일단,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있고 동감이 되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고 감히 생각한다.

최소한 말이라도 통해야 되지 않겠나, 싶다. 근데 나는 말이 안 통한다(!) 2016년 10월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올라.. 한 마디였다.


파라과이에서 친구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그보다.. 나는 친구가 필요했을까?


처음 도착해 시댁식구 알아가기에도 벅찬 내게 남편이 너는 친구가 필요해! 했을 때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친구가 아니고 기본적인 나라에 적응인 것 같은데 그는 내가 외로워질까 봐 이런저런 친구들을 소개해주며 나의 외로움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었다.


 꼭 나의 외로움과 고립의 책임이 그의 머리로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나를 지켜주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나는 '그의 품'이라는 강보에 꼭 싸여 머리만 쏙 내민 채 두려운 눈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대차게 결정을 내렸다. 2017년 3월, 말 못 하는 28살의 나는, 집 앞에 위치한 파라과이의 대학교에 새내기로 입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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