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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Jun 14. 2024

말 못 하는 자의 사정

내가 인어공주라면 내가 목소리 대신 얻은 건 뭘까.

뉴욕의 대형 교회에서 봉사했던 시절, 우리 팀에는 심심찮게 다른 나라에서 막 이민온 친구들이 함께 봉사를 하려고 지원했다. 우리 팀은 '호스트 팀'으로, 교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안내해 주는 부서였다. 그 일을 하려면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기에, 그 친구들이 영어도 배우고 이야기로 하면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팀에서 사석에서 종종 만나서 교제도 하곤 했다.


그런데, 사석에서 만나도 이 친구들은 말이 별로 없었다.

많이 알아듣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한 말은 다 하는데, 깊은 얘기를 하기 어려웠다. 눈빛이 너무 좋고 느낌도 정말 선하고.. 다 좋은데 이 친구들하고 더 알아가기에 제약은 '언어' 였던 것이다.


막상 내가 파라과이에 이민 와서 사람들을 사귀기가 어렵게 되자 나는 예전 교회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답답했겠다!


 말을 잘 못하자, 사람들은 나를 아이 취급했다. 쉽게 천천히 말해주었고 친절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를 알아가려 한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흡사 나의 지적 능력이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스페인어까지만 이었다고 할까? 나 역시, 그들을 알아가고 싶었지만 물어볼 말을 어떻게 작문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그냥 안부만 물어보고 등을 돌려 다른 이들에게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파라과이에 오면서 미화하자면 인어공주처럼 목소리를 잃었다. 그녀는 없던 다리를 얻었는데, 그럼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지금도 8년 차에 이 질문을 내게 하곤 한다. 내가 얻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생활, 그리고 운전하는 경험, 언어 배우는 경험, 낮에 쉬는 여유, 그리고 단맛보다는 신맛이 더 강하고 차가운, 레모네이드 같은 인생 경험들이라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한낮 2시 반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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