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래?? 나도 답답해! 하루아침에 말 못 하는 바보 삼룡이 된 거 같다고!"
하지만 이 말은 꿀꺽 삼키고 그냥 가만히 있는 걸 선택했다. 싸움도 지겨웠다.
2015년에 남편과 사귀기 시작할 때, 그가 본 내 모습은 이민 온 처음 과는 사뭇 다르다. 나는 이미 영어를 사용한 지 11년 차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을 넘어 어떤 말이든 알아듣고 말할 수 있었다. 거의 한국말처럼 구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조크와 사무적인 것, 정치 경제, 어떠한 부분이던 두루두루 알아서 그 누구와 이야기할 때도 막힘이 없었다. 악센트도 자유자재로 익살맞게 흉내 내며 깔깔대며 웃었다. 소통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고 자유로이 사람을 사귀었다.
남편은 나의 활발하고 사람이 늘 주변에 많은 모습에 반했다고 했다.
결혼 전에 내가 안 발랄할 이유가 없었긴 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꿈에서 그리던 회사에 가는 월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로 나는 내 인생에 감사한 것이 많았다.
다니고 있던 현지 대형 교회에서는 12시에 가서 밤 8시가 넘어야 돌아왔다.
예배 후, 봉사팀에서 팀장을 맡아하고 교회 친구들과 교제하고 산책하고 커피도 한잔 하고.
그런 나의 극 E 모습을 남편은 사랑했고 좋아했다. 자기 여자친구의 당당하고 인간관계 좋은 모습을, 그는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민을 온 날부터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스페인어는 처음이라서... 시댁식구한테는 말 조심해야 돼서 한국말이 발목 잡혔고, 아무것도 모르는 스페인어는 아예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아는 말도 없어서 할 말이 없다. 양쪽 발목이 잡힌 나는 하릴없이 넘어진 채, 아무 곳에도 걸어가지 못하고 집안에 묶여 있었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겉으로는 멀정했지만 히키코모리에 안티소셜이 되어갔다. 그쯤이었다. 남편이 나를 자기 친구들에게 소개해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