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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Jul 18. 2024

할 게 없는 곳

문화생활이 거의 전무하던 파라과이

오늘은 뮤지컬, 내일은 미술관... 그다음 날은 헛슨강가에서 조깅...

뉴욕의 맨해튼에 살면서 지척에 모든 것을 두고 살았다. 

실제로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여를 가면 허드슨 강가에 다다른다. 

그 강가 앞으로 거의 "튀어" 나가다시피 가서 마음껏 조깅을 한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아침이나 낮에 주로 많이 걷거나 뛰기 때문에 전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자유롭게 뛰고, 숨 쉬고 도시 속의 작은 자연을 만끽했다. 친구와 프리즈비 하나를 가지고 나가면 한 시간은 기본으로 놀 수 있고, 한국처럼 4월에는 벚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 사소한 산책이 이처럼 귀중한 것인지 몰랐다.


파라과이로 도착하는 비행기에서 나는 놀랐다. 가히 "초록의 세계"였다.

 무성한 나무와 풀, 싱그러운 공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살아가는 곳.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며 여기는 밀림인가... 하며 어리둥절했는데, 우리가 내린 국제선 공항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1998년 김포공항의 모습을 담은 소박하고 작은 공항이었다. 게이트 6개라니!! 이태리 살 때 피렌체 공항을 보고도 놀랐는데.. 여기는 공항 수속을 밟는 것이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8년 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한 20분 걸릴 때도.. 쿨럭


인구밀도가 적은 파라과이는 문화사업이 거의 발전하지 못한 것 같았다. 2016년 당시 우리 부부는 할 것이 너무 없었다... 수요가 적으니 공연문화가 발달하기가 어려울 것 같긴 하다. 뭐 맛있는 것을 먹으려 구글 검색을 해봤는데, 당시 전체 도시중 이국적인 음식은 열 군데 정도?  팟타이가 먹고 싶었는데 전무. 한국 음식점도 한 다섯 군데 있었고.. 지금은 나라가 터질 듯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한 일상이지만, 처음 이민 와서는 먹을거리도 다양하지 않았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았다. 세 군데 정도의 공원도 모기가 너무 많아서 시간을 정해서 가야 하고, 미술관도 도시 전체에 두 군데.. 음악홀도 한 군데. 아주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이건 뭐... 처음에는 문화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건가 했더니, 돈 많은 사람들은 미국 가서, 아니면 브라질 가서 공연을 보고 온단다(!) 

이것이야 말로 문화충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모든 것은 돌고 도는 것, 파라과이에도 슬슬 이벤트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주거공간이 도시를 점령하면서였다. 그것들이 생기기 전, 토목을 업으로 하고 있는 남편은 늘 나를 끌고 다니면서 공사를 보여주였다. 그리고 나는 궁금했다. 월급이 미달러로 300불 남짓한 평범한 파라과이 사람들이 이렇게 아파트에 살 수 있을까? UX designer였던 남편은 나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파라과이의 미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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