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대기업의 패션디자이너에서 파라과이의 중장비 회사 경리가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약 5년.
나는 내가 평생 패션디자이너로 살 줄 알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복장학원에 다니며 옷을 열정적으로 만들고 패턴은 숫자가 머리에 각인될 때까지 손으로 그리고 또 그렸다.
그런데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것.
아빠 친구분이 중장비업과 건설업을 하시는데 며느리가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요즘 그런 사람 찾기 힘들지!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것도 재밌을 거 같은데? 나 같으면 하겠다...'
그것은 내가 지금의 남편을 알지도 못하고, 중장비도 전혀 모르던 21살 때 이야기다.
그러니까, 생각을 진짜 조심해야 된다는 말씀.. (쿨럭)
전 글에서 서술했듯이, 파라과이에 도착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스페인어는 전혀 못하는 상태로 도착했고,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아무것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은커녕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고,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요리와 살림뿐인데 그것도 내 취미와 아예 안 맞기 때문에 방황을 씨게 한 것이다.
중장비 회사 경리 벌써 3년 차인 지금은 말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뿐더러 이제는 경리 업무에 대해 조금 배운 상태다.
내게 딱히 알려준 사람은 없었지만 남편에게 물어 뭐가 필요한지 더욱 보강했고, 은행 업무를 전적으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분 또한 잘 알고 있다.
적금을 들고, 부동산을 구매하고, 여러 가지 행정 업무도 볼 수 있다. 시청에 가기도 하고 벌금을 내기도 하고, 세금 보고도 하고... 8년 전 처음 도착하자, 걱정하는 친정아버지께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얘들 5년 정도 걸릴 거예요, 다 하게 되려면... 트레이닝 잘 받고 잘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아버님은 불과 4개월 만에 소천하셨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은 꼭 들어맞았다.
나는 5년이 지나자 말을 어느 정도 배웠고, 운전을 배웠고, 회사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경리라는 일을 하면서 회사에 대한 사정, 실리, 재무, 인사 등 다양한 일들에 대해 배우고, 실패하고, 시스템을 더욱 좋게 만드는 과정에 있다.
중장비라는 것이 굉장히 생소했지만 이제 나는 어엿한 3년 차 경리, 내 첫 번째 꿈이 패션디자이너였다면, 내 두 번째 꿈은 우리 중장비 회사를 잘 꾸리는 실력 있는 경영관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