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수룩해진 코비
예정대로 5주간 한국을 다녀왔다. 4년 만에 가는 한국행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중 걱정인 것이 아들과 남편 그리고 코비를 두고 간다는 것이다. 5일도 아닌 5주간 말이다. 가기 전날까지 가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딸이랑 둘이서 가는 한국행이라 평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걱정거리가 더 많았다. 코비 산책도 걱정이 되고 문단속을 잘할지도 걱정이 되었다. 낮시간 종일 나와 같이 지내는 코비에겐 분명 내가 없어진 것을 알면 배신감이 들것이 분명했다. 워낙 루틴데로 하루를 생활하는 반려견인지라 산책시간밥 먹는 시간이 나보다 더 정확하다. 그래서 낮시간에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코비는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서 혼자 집에 남아있는 낮시간엔 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문 앞에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카메라로 지켜보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만이 그 마음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없는 5주간 코비는 세 곳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언니 집, 이웃집, 그리고 다시 우리 집에서 지냈다.
한 국가 있는 동안 간간히 코비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접할 수 있었지만 냄새에 민감한 반려견인지라 동영상 따위로 나를 알아보거나 반기진 않았다.
그렇게 5주가 흘러 다시 우리는 만났다.
털이 너무도 많이 자라서 덥수룩해진 코비는 내가 가기 전날보다 1.5배 정도 커져있었다. 털이 너무도 많이 자란 것이다. 마치 코비의 형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코비의 형아는 다른 집에 입양되어 살고 있는데 가끔씩 만나는데 코비보다 두배의 사이즈로 자라고 있다. 털을 잘라주지 않았으니 덥수룩하고 앞은 잘 안 보이게 털이 눈을 다 가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반갑던지. 한참을 보고 있었다.
코비는 반면 끊임없이 짖었다.
도대체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나타났냐는 말인 듯했다.
강아지는 말은 못 하지만 표정으로 말을 다한다.
자세히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의 모습에서 무슨 의사로 표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짓다가 반기는 모습에 5주간 떠났던 미안한 마음이 두배가 되었다.
며칠 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털을 잘라주었다.
한국 갔을 때 코비를 이쁘게 잘라주겠다고 애견샵 애견 학원에 가서 미용기술을 좀 배워보려고 했건만
단기간에 가르쳐주는 곳도 없었다. 사정사정해도 머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절대 가르쳐줄 수 없다는 얘기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내 강아지 이쁘게 잘라주겠다고 배우겠다는데 그것도 돈 내고 배우겠다는데 왜 안 가르쳐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너무 길어진 털에 가족이 다 붙어서 코비 털을 이쁘게 깎아 주었다.
그리고 샤워시킨 후 너무 추워해서 털도 다 안 마른 상태에서 한국에서 사 온 코비 선물 꼬까옷도 입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