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s Something About Supertank
한 아이의 어린 시절은 감사하게도 좋은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아이의 부모님은 특별히 잘난 게 아니었지만, 검소하고 성실하게 살아와 아이에게 좋은 집과 학교를 보내주었다. 덕분에 그들에겐 주말은 사치일뿐더러, 근사한 외식은 생각도 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밤늦게 들어오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아이의 학창 시절은 항상 게임이 가득했다. 게임방이 한 시간에 천 원이나 하던 시절에 주머니엔 고작 500원이 전부였어도, 호기롭게 게임방 문을 열고 들어가 500원어치만 한다고 당당해하던 아이였다.
친구들과 땀 흘리며 축구를 하고도 주머니에 있는 동전으로 음료수를 사 먹지 않고 땀이 식기도 전에 손에 쥐고 있던, 아직 온기가 가득한 500원을 내밀고 컴퓨터를 켜고 행복해하던 아이가.
그때의 그 30분은 아이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만약 지금 그때의 30분을 살 수 있다면, 그 대가가 무엇이던 기꺼이 바꿀 것이다.
게임을 하고 싶지만 회원가입이라는 커다란 벽 앞에서 끙끙대던 아이는 어느새 서른 살이 되어 또 다른 큰 벽 앞에 마주하고 끙끙대며 살아가고 있었다.
"2020년 12월 31일 포트리스 서버종료"
이 문장은 지금 읽어도 가슴이 저리고 아려진다. 언제나 찾아도 평생 있을 것만 같았던 존재가 이젠 사라진다. 서버가 종료되기 전 다시 한번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익숙하고 반가운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와 나의 귀를 타고, 가슴을 지나 손끝을 타고 다시 돌아와 은은하고 아름답게 발산하고 있었다.
그땐 정말 신나고 귀여운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변한 건 그저 자라 버린 나 밖에 없지만 이 노래가 그렇게나 슬프게 들려온다.
게임 속에서 맨날 지기만 했던 아이에게 홀연히 나타나 쏘는 각도와 방법을 무심하게 알려주던 아저씨도,
채팅으로 당시 아이의 귀여운 고민을 들어주었던 형들도,
같은 팀을 쏘았을 때 채팅으로 무섭게 몰아쳐 바로 게임을 끄게 만든 누나도,
그 모두가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추억들을 마중하고 있을까
그때 정말 재밌게 했던 이 게임이 그리웠던 걸까,
아무 걱정 없이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했던 그 시절이 그리웠던 걸까,
아니면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씁쓸함을 삼키는 걸까,
아이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주어서 고맙다 그 시절이여